[삼성·한화 빅딜] 1조9000억 전략적 빅딜

입력 2014-11-27 02:39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기업 간 초대형 빅딜이 성사됐다.

삼성그룹은 26일 석유화학 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 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전격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매 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매각에 나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번 빅딜은 양 그룹 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삼성테크윈 지분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는 ㈜한화가 84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각각 인수한다.

한화그룹도 4개 회사의 지분을 삼성 측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계약이 이뤄지면 삼성테크윈의 합작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자회사인 삼성토탈의 경영권도 한화 측에 양도된다. 매각은 내년 1∼2월 실사와 기업결합 등 제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두 회사만 남기고 화학 부문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 삼성정밀화학은 신수종 사업인 2차전지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남기기로 했다. 삼성은 화학·방산 부문을 처분함으로써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로 단순화하게 됐다. 이번 빅딜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권의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삼성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를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50조원대로 늘어나 재계 서열 9위로 올라선다. 현재 자산 규모 37조원인 한화그룹은 자산가치가 13조원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함에 따라 한진그룹(39조원)을 추월하게 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