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개혁안 상정 저지하고 국회 보이콧한 야당

입력 2014-11-27 02:40
집권 경험이 있는 거대 야당의 행태가 실망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이 제출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상정을 저지한 데 이어 26일에는 새해 예산안 심의와 관련한 모든 상임위원회의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국회의 정상적 운항을 가로막는 고질이 도진 것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 앞에 정치 개혁을 약속한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 새정치연합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안의 상임위 상정을 무산시킨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의 연금법 개정안이 지고지선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정부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개혁안이라면 충분히 논의할 가치는 있다고 봐야 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법안의 상정조차 저지한 것은 구태일 뿐이다.

새정치연합이 진정으로 연금 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하루속히 자체 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자신의 안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기에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 노조와 합의를 통해 이뤄내자는 것은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유가족들에게 이리 저리 휘둘려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지 않는가. 공무원 노조는 의견 청취의 대상일 뿐 결코 협상의 당사자가 될 수는 없다. 입법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고유 권한이다.

새정치연합이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뜬금없어 보인다. 예산안 심의의 핵심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 확보 방안에 큰 틀의 합의점을 찾는 등 순항하다 느닷없이 초강경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자동 처리 시점이 다가오면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내 대표적인 의회주의자, 합리주의자로 꼽히는 문희상-우윤근 지도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전술이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다.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중진들은 제각기 정치 및 정당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이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적 국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국민의 가장 큰 바람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