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진행형인 원더스의 꿈

입력 2014-11-27 02:10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은 언제나 선수들의 우렁찬 기합소리로 가득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으로 2011년 12월 창단된 국내 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은 3년 동안 이곳에서 패자부활의 꿈을 꿨다.

프로 구단들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거나 방출된 선수들은 원더스를 ‘기회의 땅’으로 삼았다.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단련으로 이들은 점점 강해져 갔다. 새로운 꿈도 만들어갔다. 이런 선수들의 열정에 허민 구단주는 매년 사재를 털어 30억원 지원이라는 선물로 화답했다.

선수-감독-구단주의 삼위일체는 의미 있는 성과로 꽃을 피웠다. 프로야구 2군인 퓨처스리그와 번외경기에서 창단 후 3년간 96승25무61패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선수들의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2년 7월 투수 이희성 선수가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 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 선수까지 22명이 프로에 발을 디딘 것이다. 포수 정규식 선수는 8월 열린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2차 4라운드에 LG에 호명되기도 했다. 예전에 명성을 날렸던 선수들도 재기를 위해 원더스의 문을 노크했다. 지난해 10월 개인통산 112승을 기록한 김수경 전 넥센 투수코치가 선수로 입단했고, 1군 무대에서 15시즌을 뛴 베테랑 투수 최향남 선수도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실패와 좌절을 맛본 선수들에게 패자부활전의 희망을 안겼던 원더스가 25일 마지막 훈련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9월 11일 전격해체 선언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두 달 더 훈련하면서 실력을 키우겠다”며 땀을 흘려왔다. 선수 조련의 최고 명장인 김성근 감독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김광수 수석코치는 마지막까지 선수들과 함께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원더스의 모토를 잊지 않겠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선수들은 또 다른 부활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