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속 드러나는 모뉴엘 배후세력 엄단해야

입력 2014-11-27 02:30
1조원대 매출 조작을 통해 사기대출을 받은 가전업체 모뉴엘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기대출 과정에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와 수출입은행(수은),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모뉴엘에 대출 지급보증을 해준 무보 전·현직 임직원들이 간여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무보는 우리 기업의 무역과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무역보험법에 근거해 세금으로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이다.

검찰은 26일 모뉴엘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무보 허모 부장을 체포한 것을 비롯해 일부 전·현직 간부 등을 출국금지했다. 한 전직 간부는 퇴직 이후에도 현직 무보 임직원과의 커넥션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 서모씨를 금품수수 혐의로 체포하고 1000억원대 신용대출을 해준 수은 직원들을 조사하는 한편 시중은행 관계자에 대해서도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석연치 않은 대출 과정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있다. 설마 했는데 역시 검은돈의 뒷거래가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수출금융 지원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몇 사람이 마음만 먹고 서류를 조작하면 조 단위의 대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후진적 금융거래 행태다. 특히 감사보고서를 세심히 살펴보면 대출 과정에 수상한 점이 한두 건이 아니었음에도 그냥 넘어갔다는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 금융감독원과 관세청의 업무 협조 미비 등도 호된 비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검찰은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겠다. 사기대출은 건전한 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고 생산활동에 투입돼야 할 자금의 흐름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중대한 경제 범죄이다. 모뉴엘과 거래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살인, 강도와 같은 흉악범죄보다 죄질이 나쁘지 않다고 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