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격 인터뷰]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인 롯데팬 엄청난 상처 드려 마음 아파”

입력 2014-11-28 03:42 수정 2014-11-28 15:29
이창원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선수단과 프런트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드렸다”고 사과한 뒤 팬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영희 기자

“발령받고 부산에 내려가 보니 롯데가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야구단이라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그런 팬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드렸기 때문에 지금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13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맡은 이창원(55) 대표이사는 롯데를 새롭게 탈바꿈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팬심(心)은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좋아한다. 경기를 보면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 박수친다”면서 “결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1시간 동안 만났다.

-인터뷰를 왜 그리 사양했나(그는 세 차례 요청한 끝에 응했다).

“제가 홍보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팬들에게 혹시나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오해를 살 거 같아 부담스러웠다.”

-선수단과 프런트 간 갈등은 풀렸나.

“선수들의 단체행동을 프런트에서 촉발한 측면이 컸다.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 프런트가 현장 권한에 과도하게 간섭을 하면서 비롯됐다. 현장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알아서 끌어가야 한다. 프런트에 이를 확실히 주지시켰다. 프런트는 지원업무와 팬 서비스 마케팅에 치중해야 한다.”

-사임한 이문한 전 운영부장과 공필성 전 코치가 선수들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었다.

“이 부장을 면담했는데 그냥 사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 코치는 담백하더라. 선수들이랑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추가 징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롯데 사태는 공 전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려는 프런트와 이에 반대하는 선수들이 성명서를 내면서 극에 달했었다).”

-선수단 숙소에 대한 CCTV 사찰 문제는 여전히 시끄럽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데.

“자료 요청이 왔다. 인권위에서 관리 대장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하더라. CCTV 사찰과 같은 병폐는 선수와 프런트 역할이 확실해지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1, 2군과 상견례를 했다. 처음엔 서먹했다. 지금은 신임 감독 아래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8, 29일 경남 통영의 한 리조트에서 납회식을 한다. 매년 했는데 작년에는 안 했다. 선수와 프런트, 구단과 팬들이 소통하는 자리다. 팬들도 20명 정도 모실 생각이다.”

-갈등 원인에 선수들의 기강 해이도 있다고 들었다.

“원정경기 때 일부 선수가 숙소에 들어오는 시간이 과도하게 늦은 경우가 있었다.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것까지는 파악 못했다. (CCTV 사찰은) 시간 체크였다. 이 부분도 선수단에 맡길 생각이다.”

-이종운 감독을 재신임했다. 하지만 지도자 경력도 일천하고 불미스러운 소문(고교 감독 시절 뇌물수수 의혹)도 들린다.

“이 감독은 (내가) 발령 나기 전에 임명됐다. 대표가 된 후 임명과정을 살펴봤다. 그룹에서 감독 후보 70명을 놓고 검토를 했다. 시중에 후보로 거론된 감독들이 다 포함돼 있었다. 추리고 추려서 인선한 감독으로 즉흥적으로 뽑은 게 아니다. 개인적 일들도 다 검증됐다. 경험이 짧은 것은 맞지만 오히려 (백지 상태에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간에 하나님이 부산에 지구상 최고의 팬들과 최악의 구단을 동시에 주셨다는 말도 있다.

“들어봤다(웃음). 잠실구장에 가서 보면 롯데 팬들이 경기장의 반을 차지한다. 그런 구단이 어디에 있는가. 팬심은 무엇일까.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생각해봤다. 이런 열성적인 팬들한테 상처를 줬다. 우리가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계속해서 가지려고 한다.”

-발령 내면서 그룹에서 당부한 게 있을 텐데.

“프런트가 선수단에 관여하는 것을 차단하라는 주문과 함께 선수들의 장래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도화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는 소속 선수의 진로에 컨설팅을 해준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있으니까.”

-야구단 대표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구단의 선수육성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일이다. 현재도 2, 3군이 있는데 이를 체계화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선수육성팀을 신설하려 한다. 외부 전문가가 올 수도 있다.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스카우트 방식도 개선하려 한다. 스카우트를 미국 메이저리그와 연계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다른 구단도 벤치마킹할 것이다. 아울러 시설 투자도 필요하다. 2군 선수가 쓰는 상동구장은 지은 지 8년 됐다. 많이 고쳐야 할 것 같다. 훈련 장비도 보강하고 개인 체력훈련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선수들이 먹는 음식도 먹어봤다. 식당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롯데 선수들은 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근성과 실력 향상에는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와의 관계, 프런트와 선수단과의 관계가 정립되고 목표 의식만 세워지면 잘될 것이다. 선수들도 각성하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 스타일’은 어떻게 보나.

“충분히 장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실력 향상으로 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팀에 따라서는 자율이 필요할 수 있고, 근성이 요구될 수도 있다. 자율야구라는 게 팀 해이와는 구별돼야 한다.”

-내년 시즌 성적을 예상한다면.

“올 시즌 팬들의 기대도 컸고 전력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4, 5월 갈등이 생기면서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졌다. (프런트가) 감독과 코치진에 대한 흔들기도 있었던 것 같다. 감독과 코치를 새로 선임하면 그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부터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다. 일부 선수가 빠져 전력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투수에서 변화는 없지만 올해보다 유리한 여건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도 사기와 팀 분위기가 올라가면 성적이 올라간다. 포스트시즌에는 반드시 진출해야 하지 않겠는가.”

-롯데가 프로야구 흥행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관중은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자이언츠로만 보면 NC 다이노스도 생기고 해서 팬이 줄었다. 프로야구 흥행에서 롯데 팬들이 영향을 많이 미쳤고 그런 역할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선수층이 엷어져가는 게 아쉽다. 고교 야구팀도 적어 백업이 잘 안 된다.”

한민수 문화체육부장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