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심 ‘불기소’ 결정 배경은… “흑인 청년이 물병 던져 촉발, 경찰에 죄 물을 근거 없어”

입력 2014-11-26 03:16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

로버트 매컬러크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퍼거슨시에서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을 총으로 쏴 죽인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해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백인 9명, 흑인 3명 등 12명(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이뤄진 대배심에서 기소 찬성 의견을 밝힌 이가 기준인 9명을 넘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배심 결정을 대독한 매컬러크 검사는 브라운이 윌슨 경관에게 물병을 던져 승강이를 유발했다며 이후 사건 개요와 증거를 볼 때 윌슨에게 죄를 물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컬러크 검사는 브라운이 두 손을 든 상태에서 총을 맞았다는 보도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렸다고 지적했다. 검사 측은 목격자 60명으로부터 70시간 분량의 증언을 청취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조사했다면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대배심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등은 모두 비밀이다. 이는 대배심 과정이 알려지면 증인이 보복당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폭력 사용’이라는 개념이 대배심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윌슨 경관이 총으로 브라운을 쏴 죽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만큼 그의 행위가 정당한 공무 집행인가가 초점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찰관이 어떤 경우에 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미주리주 법의 경우 다른 주에 비해 경찰관에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클링거 미주리대 범죄학과 교수는 “미주리주에서 경찰관이 위태롭다고 느끼면 언제라도 총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총기 사용 여부를 현장에서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하는 경찰관들의 고충을 감안하면 대런 윌슨 경관에게 기소해야 할 만큼 과도하거나 악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대배심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정부의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 민권국은 퍼거슨시 경찰이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적 편견에 기반한 범죄자 추정)의 잘못을 저질렀는지, 피해자 브라운의 헌법상 시민평등권을 고의로 무시했는지를 각각 조사 중이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