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방식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최근 잇따른 문제 오류가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하락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이런 문제가 반복된 것은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는 만큼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수능 취지 바르게 실천돼야” 강하게 지시=수능 재검토 지시는 박 대통령이 4주 만에 주재한 청와대 국무회의 말미에 나왔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능시험 출제 오류가 발생해 수험 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시험 출제 오류는 수험생들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를 포함해 전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고 더 나아가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특히 “(수능 출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현행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 방식에 커다란 결함이 있다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대입전형 완료 후 성적 재산출이라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데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복수정답이 나온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미다. 어찌됐든 이번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1994년 도입된 수능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판단과 후속 조치에 따라 대폭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규제 단두대에 올려 처리” 강도 높은 표현=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각종 규제를 언급하면서 “암 덩어리 핵심규제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했다. 또 ‘단두대’ ‘혁명’ 같은 강도 높은 표현도 많이 사용했다. 규제를 단두대(기요틴·guillotine)에서 처형하듯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각 부처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의 표현이 지나치게 강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강한 말보다는 실천력 있는 이행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제 기요틴’은 80년대 일부 유럽국가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대규모 규제 철폐를 단행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규제 기요틴’을 설명하시는 차원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규제 완화 이후 자동차 튜닝이 유망산업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들며 ‘규제 혁명’도 강조했다.
◇“정의의 반대말은 의리” 공직자 부정부패 근절 촉구=박 대통령은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공직자의 자기관리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에서 흔히 정의의 반대말이 불의가 아니라 의리라는 말을 들었다. 청탁은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새로 출범한 것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혁신 바람도 주문했다. 안전처에는 재난안전 전문가 확보 및 전문성 중심의 인사 관리를 주문했고, 혁신처엔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하는 ‘엔진’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강한 표현 동원 ‘혁신 바람’ 불어넣기
입력 2014-11-26 03:01 수정 2014-11-26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