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문화’ ‘B급 문화’로 취급되던 스트리트 댄스와 랩이 주류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스트리트 댄서들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고, 래퍼들이 판소리 소리꾼들과 합동무대를 꾸민다. 이들의 도전은 장르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고 있다.
◇스트리트 댄서와 래퍼, 주류무대에 서다=오는 29,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댄싱9 올스타쇼’가 열린다. ‘댄싱9’은 케이블채널 Mnet에서 진행하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 올스타쇼에서는 시즌1·2의 출연자들이 현대무용, 한국무용, 발레, 댄스스포츠,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트리트 댄서들이다. 이유민, 박정은, 박인수 등이 왁킹, 크럼프 등 이름도 생소한 춤을 보여준다.
세종문화회관이 비보잉과 스트리트 댄스에 무대를 내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대관심사를 할 때 내·외부 심사위원이 작품성과 인지도, 프로그램 내용과 출연진, 기획사 등을 고려해 심사한다”면서 “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고 인지도 제고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홍대 무브홀에선 젊은 힙합 래퍼와 판소리 소리꾼들이 소리 대결을 펼쳤다. ‘레드불 랩판소리’ 공연에 나선 16명의 래퍼와 소리꾼들은 ‘나의 음악이야기’라는 주제를 각각 랩과 판소리로 풀어냈다. 특히 소리꾼이 힙합 비트에 판소리를 하거나, 래퍼가 국악 장단에 맞춰 랩을 할 때는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랩과 판소리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가 만나 묘한 하모니를 선사했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래퍼 MC 메타(이재현)는 “오늘 래퍼와 소리꾼의 대결을 보면서 한국적인, 제대로 된 한국 힙합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통문화와 대중문화의 콜라보=‘댄싱9’과 ‘랩판소리’ 대회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방송 관계자는 “무용계는 라인이라는 게 있다”면서 “‘댄싱9’이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무용계에선 암묵적으로 출연을 막았다”고 밝혔다. 랩판소리 대회도 지난 해 1회 대회 때만 해도 판소리계 반발이 컸다. 판소리를 랩과 동일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가자가 없어 지난해엔 전원 초청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대중의 호평을 받으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올해 랩판소리 대회에는 약 70명의 래퍼와 소리꾼이 몰려 예선에서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 600장의 유료 티켓이 전부 팔렸다. 심사도 작년에는 관객 투표였지만 올해는 전문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쇼미더머니 시즌2’의 멘토로 활약한 MC 메타, 박칼린 음악감독 등이 심사를 맡았다.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랩판소리 대회에서 만난 소리꾼 이정원과 비트박서 루팡은 지난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축제한마당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나섰다. ‘댄싱9’ 출연자들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서는 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였다. 시즌2 참가자였던 스트리트 댄서 이유민(29)씨는 “스트리트 댄스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고 어른들의 시선도 좋지 않다”면서 “특별한 팀이나 설 수 있었던 곳에서 락킹(갑자기 멈추는 동작)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어 좋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국민대에서 실용무용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같은 시도를 공연계에서는 ‘윈윈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정통 음악이나 무용은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스트리트 댄스나 랩은 그 동안 저평가됐던 대중의 시선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윈윈전략이 되려면 두 가지는 지켜야 한다”며 “각자의 전통을 지키되 여러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더 이상 길거리 문화가 아냐”… 스트리트 댄스·랩, 주류 무대 도전
입력 2014-11-26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