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이끌 차기 총무에 전임 총무 김영주 목사가 24일 공식 취임했다. 하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 총대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선거여서 에큐메니컬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내부 화해 및 협력’이 김 총무의 2기 NCCK가 순항하는 필요조건이라고 지적한다.
◇총무 선거 내내 삐걱=이번 NCCK 총무 선출은 시작부터 균열의 조짐이 보였다. 먼저 문제가 된 부분은 김 목사의 재선 도전이었다. NCCK 총무는 관례상 예장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서 번갈아 맡아왔다. 최근에는 권오성(기장) 김영주(기감) 목사 순으로 선출돼 이번 총무는 예장통합의 차례였다. 연임할 수 있지만 김 목사는 올해 만 61세로 NCCK 규정(정년 만 65세)에 따라 임기가 만료되기 11개월 전에 총무직을 그만둬야 한다. 정년 문제가 있음에도 김 총무가 무리하게 연임을 고집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지적이다.
총무 후보를 확정하는 실행위원회에서 몇몇 교단들이 실행위원을 교체하자 예장통합은 “김 목사의 재선을 위해 실행위원 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실행위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자 기감 등 다른 교단들은 통합측을 비난했다. 결국 총회 당일 예장통합 총대 대다수가 총무 선출에 참여하지 않고 보이콧하는 바람에 총회는 진통을 겪었다.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해”=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김 목사가 먼저 솔직한 사과를 하면서 내부 분열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박승렬 목사는 25일 “전날 총회를 보면서 우리가 왜 교회연합운동을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며 “감정적 언어가 난무하며 배려와 합의의 정신, 일치의 정신은 깡그리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연합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솔한 사과가 먼저 필요하다”며 “그 이후 각 교단 지도자들 간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를 통해 오해를 풀고 스스로 건강하게 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장병기 목사는 “무엇보다 9개 교단이 함께 형제의 모습으로 협력과 일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장통합이 설사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형제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한 교계 관계자는 “김 목사가 불미스럽고 매끄럽지 못한 절차 속에서 재선된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순서”라며 “더 겸손한 자세로 예장통합을 끌어안고,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장통합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예장통합을 포함한 모두가 도덕적 해이 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이사야 기자 samuel@kmib.co.kr
NCCK, 내부 화합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4-11-2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