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에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겠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황용대(62·사진) 신임 회장은 24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 강남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CCK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우선 한국교회의 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재물이 근본이 된 세상과 함께 흔들리고, 돈벌이가 생명보다 우선하는 사회를 방기했다”며 “심지어 교회가 그 대열에 동참하고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또 다른 문제는 갈등과 분열”이라며 “앞으로 NCCK가 이 상처를 싸매는 일에 앞장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NCCK가 불의를 회개하고 하나님이 계신 광야에 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회장은 ‘슬픔’ ‘아픔’ ‘탄식’이 있는 광야를 강조했다. 그는 “광야로 나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송전탑 건설로 고통 받고 있는 밀양과 청도 주민들의 아우성을 들어야 한다”며 “NCCK가 이들을 돌보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어 “사회에는 많은 소수자와 약자가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며 “이들과도 늘 함께하며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다짐했다.
보수교단을 아우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색이 짙은 대구에서 성시화운동을 이끌며 진보·보수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보수교단이 가진 강점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총무 선거 직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이 총회장을 떠나는 등 회원교단 간의 다툼이 있었던 것을 두고는 “우리가 먼저 자기반성을 하고 문제점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황 회장은 “예장통합은 NCCK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교단”이라며 “서로가 쌓인 감정을 풀고 다시 화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황용대 NCCK 신임 회장 “한국교회 회개하고 광야에 서자”
입력 2014-11-26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