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매출 50억달러 돌파… 比, 세계4위 조선국 대열에

입력 2014-11-26 02:46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 자유무역지대에 있는 한진중공업 해외현지법인 수빅조선소 전경. 한진중공업 제공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법인장 안진규)에서는 1만8000여명의 필리핀 현지 근로자들이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굵은 땀을 흘리며 작업 중이다. 수빅조선소 297만㎡(90만평) 현장에서는 25일 15척의 대형 선박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설계 단계에 있는 선박까지 합치면 20척이 제작 중이다. 조선업 불황에도 앞으로 39척, 26억 달러 규모의 3년 치 건조 물량을 확보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야간에도 3000여명이 근무하는 수빅조선소는 24시간 철야로 가동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 완공된 수빅조선소가 최근 누적 매출액 기준 50억 달러, 누적 수주량 100척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수빅조선소는 5월 기준 수주잔량이 전 세계 10위 조선소에 진입했다. 한국 중국 일본 조선소를 제외하면 세계 10위권 조선소를 보유한 나라는 수빅조선소가 자리 잡은 필리핀이 유일하다. 수빅조선소 덕분에 필리핀은 지난해 한·중·일에 이어 세계 4위의 조선국이 됐다.

수빅조선소는 길이 550m, 넓이 135m의 세계 최대 크기 도크 2개와 총길이 4㎞에 달하는 10개 안벽(선박을 바다에 띄워놓고 작업할 수 있는 곳), 골리앗 크레인 등을 갖춰 연간 60만t의 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3만8000㎡급 LPG 운반선 착공에 이어 지난달 1만1000TEU(6.1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적재 단위)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착공했다. 안진규 법인장은 “올해 9억8000만 달러(1조873억원)의 실적이 예상되고, 내년 목표는 12억 달러”라며 “초대형선 및 고부가가치선 시장 진입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수빅조선소는 한국 조선업계가 불황으로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지난 3년간 매년 3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은 1937년 세워진 부산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미군 해군기지가 철수한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 건설을 시작, 3년 만에 이 조선소를 완공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 지금까지 4만2000명의 인력을 교육해 현지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을 30%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는 가격경쟁력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핵심 사업장으로 육성하고, 영도조선소는 고급 상선 및 특수목적선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수빅(필리핀)=남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