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장 인선에서 손 떼라

입력 2014-11-26 02:15
관치 금융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24일 저녁 이사회를 개최하고도 차기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것은 관치 논란 때문이다. 논란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로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설이 사전에 나돌면서 불거졌다. 금융 당국 고위 간부가 일찌감치 내정설을 흘려 연합회 이사진인 은행장들이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낙하산 인사 등 관치 금융은 없다던 금융 당국이 밀실 인사로 금융권을 또다시 쥐락펴락하려는 것은 개혁과 자율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적폐다.

이사회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 당국 개입을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28일 연합회 총회가 예정돼 있다지만 이에 구애받지 말고 이사회는 원점에서 회장 선출 문제를 재논의해야 마땅하다. 은행연합회는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단체다. 그럼에도 당국은 그간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을 연합회장으로 내려보냈다. 현 회장을 포함한 역대 회장 대부분이 관료 출신이다.

물론 하 전 은행장은 관피아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씨티은행장에서 물러나 KB금융 회장에 응모했을 때부터 정치권이 뒤를 봐주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예상과 달리 KB 회장에서 탈락한 데 대한 보은인사 차원에서 연합회장 자리를 주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의 능력 여부는 차치하고 낙하산 시비가 빚어진 데는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 당국의 잘못이 크다. 관행적으로 회장 자리를 좌지우지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사외이사 제도를 뜯어고치고 대기업 오너들이 금융계열사 사장 등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까지 만들어놓고도 정작 뒤에선 밀실 인사를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가관이다. 차제에 은행연합회는 생명·손해보험협회처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게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