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디플레 가능성 배제못해”

입력 2014-11-26 02:44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 현상)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같은 불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25일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가 0%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GDP 디플레이터 하락은 곧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예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도 디플레이터 기준 디플레이션이 1994년쯤 발생하고 4, 5년 뒤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디플레이션이 왔다.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4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디플레이터 변동에 비추어 보면 곧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위원은 “1% 미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실제 디플레이션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신제품과 품질 향상 효과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인플레이션보다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 경제가 실질적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기준 금리를 추가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가볍게 보고 소극적인 통화정책을 편 탓에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하향 조정의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며 “실질 금리는 2012년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00%로 낮췄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통화 당국이 자연 실질금리 하락 추세를 감지하지 못하고 금리정책을 수행하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며 “디플레이션 위험에 앞서 신속한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