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장비 국외에서 들여올 땐 검수도 안한다니

입력 2014-11-26 02:15 수정 2014-11-26 10:19
‘방산비리의 상징’으로 전락한 수상함구조함 통영함이 결국 내년 초 해군에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24일 방산비리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통영함의 조기 전력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가 함정을 우선 전력화하고 문제가 된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는 성능을 충족하는 장비로 추후 장착한다는 안건을 오는 28일 합동참모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합참은 지난달에도 이 안건을 상정하려다 비난을 의식해 취소한 바 있다.

현재 해군이 운용하는 수상함구조함은 1968년에 건조된 광양함과 1972년에 건조된 평택함 등 두 척이다. 미 해군에서 퇴역한 함정을 1997년에 도입한 것으로 수명주기(30년)를 각각 16년, 12년 초과한 상태다. 이 두 척의 노후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 방지 등을 고려해 통영함의 전력화가 시급하다고 군이 역설하는 이유다.

해군에 인도하는 방안은 방사청의 요청으로 최근 급부상했다. 방사청이 통영함에 정상적인 장비를 장착하도록 기한을 1년 또는 2년 이상 늘려달라고 합참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기한을 연장해 주면 일단 해군에 배를 인도한 뒤 문제가 있는 HMS와 ROV를 교체하거나 개선하겠다는 것이 방사청의 구상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상황에서 방사청의 이런 행태는 적절하지 않다. 통영함의 조기 인도 추진은 방사청으로 향하고 있는 칼을 막아보겠다는 꼼수로 비쳐진다. 통영함에 고성능 군사용 음파탐지기가 아닌 참치 떼를 추적하는 어군탐지기를 탑재한 것도 바로 방사청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국외에서 장비를 도입할 때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수 기능이 제대로 없다는 사실이다. 해당 업체가 통영함에 어군탐지기에 불과한 SH-90을 납품했으나 방사청은 납품 서류와 장비를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건조 업체에 장비를 넘겨줬다고 한다. 요구한 장비가 맞는지를 국방기술품질원 전문가들이 나서서 검수했어야 하지만 그런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외국에서 장비를 들여올 때는 방사청과 산하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수 시스템 자체가 없다고 한다. 이러니 납품되는 군 장비들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에 이어 25일 국무회의에서도 방산비리에 대해 다시 한번 단호한 조치를 지시했다. 군은 이런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영함 조기 인도를 먼저 추진할 것이 아니라 우선 과감한 비리 척결과 완벽한 검수 시스템 구축부터 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