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코베이 경매에서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 초판본을 7000만원에 낙찰받은 주인공은 지경환(49·사진) 장인제약 대표였다. 지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국내 근현대 문학 작품 초판본과 노벨 문학상 수상작 초판본 등 국내외 문학작품 초판본을 수집해 왔다.
지 대표의 꿈은 사재를 털어 모은 희귀 초판본을 혼자서만 보고 소장하는 게 아니라 ‘문학박물관’을 지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이다. 이번에 7000만원을 들여 ‘사슴’ 초판본을 낙찰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25일 “여태껏 수집한 문학작품 초판본을 사회에 기증할 때 백석의 ‘사슴’은 꼭 있어야 하는 책 중에 하나였다”면서 “시집을 기증할 생각이어서 금액과 상관없이 경매에 입찰했다”고 말했다.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가 책 수집을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지인으로부터 ‘데미안’ 초판본을 선물 받고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문학에 눈을 뜨고 경매 등을 통해 문학작품 초판본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모은 초판본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작은 7000여점, 한국 문학작품은 1만여점이다. 헤르만 헤세가 사용한 타자기, 노벨 문학상 상장, 메달 등도 수집했다. 이들 소장품은 경기도 파주 장인제약 본사에 150평 규모의 ‘세계문학박물관’을 지어 전시하고 있다.
지 대표는 3000평 규모의 문학박물관을 새로 지어 지금까지 수집한 책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그는 “외국의 문학박물관에 가보니 콘텐츠 관리가 잘돼 있었는데 한국 문학박물관을 돌아보고 다소 실망했다”며 “문학박물관을 건립해 운영 노하우까지 마련한 다음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7천만 원에 낙찰받은 백석 시집 사회에 환원
입력 2014-11-26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