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이층버스

입력 2014-11-26 02:10

빨간색 이층버스는 딱정벌레 모양의 검은색 택시 ‘블랙캡’과 더불어 런던 시민의 주요한 교통수단이자 런던을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 중 하나다. 런던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쯤 타보고 싶어 하는 관광명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층 맨 앞자리는 시야의 장애를 받지 않고 바깥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그 자리를 차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인의 국민성 때문인지 몰라도 런던의 이층버스는 1956년 처음 운행을 시작했을 때의 원형이 60년 가까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런던을 처음 찾은 관광객은 이층버스를 이용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미국 블로그 뉴스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런던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관광용 이층버스를 타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광용 이층버스 요금은 33달러인데 비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일반 이층버스 요금은 2달러밖에 안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초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이층버스를 시내버스로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90인승 이층버스 3대를 도입해 서울시청∼과천 노선에 투입해 시험운행했으나 우리나라 교통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무산됐다. 높이 4m의 이층버스를 운행하기에는 서울시내 육교와 신호등, 전선이 너무 낮았다. 그럼에도 현재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20여대의 이층버스가 시내관광용으로 운행되고 있다.

다음 달 승객 수송을 위한 두 번째 이층버스 시험운행이 실시된다. 경기도는 12월 8일 영국회사로부터 이층버스 1대를 임대해 수원·남양주·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광역버스 노선에 투입한다. 경기도는 79인승 이층버스를 3개 노선에 각각 투입해 일주일간 시험운행한 뒤 안전성, 경제성,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년 1월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층버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굴절버스의 전철을 밟을지, 매일 교통지옥에 시달리는 수도권 직장인의 고통을 해결할 도깨비 방망이가 될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도입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