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산간 구릉에 펼쳐진 제주도 정석비행장 활주로. 이호연(35) 훈련생이 모는 소형 제트기가 굉음을 내며 힘차게 날아올랐다. 이 훈련생은 이날 처음으로 조종간을 잡고 이륙부터 선회비행, 착륙까지 모두 책임졌다. 2시간 동안 제주와 여수 상공을 돌며 기재취급과 공항절차 등을 배운 그는 세 번의 이착륙 훈련까지 무사히 마치고 활주로로 돌아왔다.
정석비행장 입소 석 달째인 이 훈련생은 “탁 트인 조종간 사이로 본 제주 상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며 “그동안 배운 것을 평가받고 베테랑 교관 기장의 다양한 경험을 배운 잊지 못할 비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미국 항공학교로 떠나며 꿈꿨던 민항기 파일럿의 꿈이 8년 만에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점점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제주 정석비행장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1972년 매입한 서귀포시 표선면 일대 목장 부지에 위치해 있다. 89년 대한항공이 활주로 2개를 갖춘 조종사 훈련시설을 만들었다. 기초비행훈련을 마치고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종사 후보생들은 이곳에서 계기 작동법, 관제탑과의 교신법 등을 익히는 학과 훈련과 시뮬레이터 훈련, 비행 실습을 포함해 100여 시간의 훈련을 받게 된다.
이 훈련생의 비행에 동승한 권순호(41·기장) 교관은 “정석비행장은 조종사가 만날 수 있는 최악의 기상조건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훈련생들은 매번 다른 기상 상황에서 연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기 다른 곳에서 비행을 배운 조종사들이 대한항공만의 절차와 비행 기술을 몸에 익히는 첫 번째 관문”이라며 “처음 비행 습관을 잘 들이는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행이라는 게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해발 3만 피트(약 8000m) 상공에선 시속 100㎞에 달하는 바람이 예사로 불고, 간혹 터뷸런스(난기류)라도 만나면 날개가 출렁대고 기체도 위아래로 요동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승객 안전보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조종사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석비행장은 그동안 2100명의 조종사를 배출했고 현재 43명의 후보생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안용균 정석운항훈련원 차장은 “제주훈련원은 기초비행훈련만을 마친 조종사 후보생이 제트기에 적응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민항기 적응훈련장을 갖춘 항공사는 세계에서 대한항공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제주=사진·글 서영희 기자
[앵글속 세상] 이제, 날아오를 시간!
입력 2014-11-26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