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정구] 좋은 리더, 최고의 리더

입력 2014-11-26 02:30

리더십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직책이나 직위와 리더십을 혼동하는 것이다. 리더는 직책을 떠나서 부하들의 자발적 동의를 동원할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을 지칭한다. 리더분들에게 부하들이 자신의 영향력 때문에 따르는지 아니면 자신의 직책 때문에 할 수 없이 따르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보시라고 권한다. 사장, 본부장, 팀장, 장군이라는 계급장 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에게 따라도 되고 안 따라도 되는, 하지만 부하에게 손해가 있을 수 있는 요구를 했을 때 지금의 부하 중 몇 명이나 자신의 명령을 진심으로 따를 것인지? 아니면 따르는 척이라도 하는 부하는 몇 명이나 될 것인지? 아마도 대부분의 리더분들은 자신이 진정한 리더가 아니었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관리자와는 달리 리더란 직책과 같은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는 조직의 불확실성에서 생기는 문제를 자신의 영향력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영향력은 부하들로부터 자발적 행동을 동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자발적 행동이 동원될 때 비로소 무에서 유가 창출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따라서 리더는 영향력을 통해서 조직의 불확실성을 극복하여 지금보다는 더 나은 장단기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리더의 수준은 어떻게 측정할까.

가장 초보적 수준의 일반 리더는 단기적 성과를 통해 업적을 내는 사람들이다. 인품이 아무리 좋아도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이분은 아쉽지만 리더가 아니다. 리더가 조직에 최소한의 업적을 내지 못한다면 이 리더는 조직의 자산이라기보다 부채가 된다. 따라서 조직에 단기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리더는 사실 초보적인 수준에서도 리더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단기적 업적은 리더로 불리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다음 단계는 좋은 리더들이다. 이들은 단기적 업적을 낼 뿐 아니라 이 업적을 통해 부하들에게 성장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리더들이다. 한때 반짝 성공했다가 추락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은 이들은 단기적으로 최소한의 업적을 내지만 이것을 부하들과 공유하지 않고 자신이 독점하는 리더들이다. 리더를 키우지 않고 모든 업적을 독점한다는 사실이 부하들에게 알려지면 이분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이 리더 밑으로 좋은 부하들이 모이지 않는다. 리더가 단기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이유는 자신과 같이 일했기 때문에 부하들이 리더로 성장하는 체험을 경험했고 부하들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리더에게 보답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좋은 리더의 기준은 자신이 리더로 있는 동안 자신과 같거나 더 나은 수준의 리더를 몇 명이나 길러냈는지가 잣대이다.

마지막 단계인 최고의 리더는 이 리더가 자신이 맡은 부서나 조직에 얼마나 더 나은 문화적 유산을 남겼는가 하는 점이다. 단기적 성과를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일에 비유한다면 최고의 리더가 남겨주는 문화적 성과는 이 독의 밑을 복원해준다. 최고의 리더가 단기적 성과뿐만 아니라 장기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이유는 문화적 족적이 튼튼한 항아리 밑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퇴직자 대부분이 퇴직하는 순간 그 회사에 등을 돌리고 비난을 일삼는 회사가 있는 반면, 퇴직한 분들이 자신이 그 회사에 근무했기 때문에 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감사하는 회사가 있다. 최고의 리더들이 좋은 문화적 유산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요즈음 21세기 리더십의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진성리더(Authentic Leader)는 장단기적 업적과 리더를 키워내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스토리로 회사에 좋은 문화적 유산을 남겨주는 최고 리더들을 일컫는다. 돌이켜보면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문화적 족적을 통해 새로운 삶의 지평을 보여주는 진짜 리더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