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기독교 음악산업을 살리자] 무너진 음반시장… 떠나는 찬양사역자…

입력 2014-11-26 03:07
복음성가를 토대로 꾸준히 발전한 한국 기독교 음악산업은 2000년대 이후 경제 불황과 MP3 파일 공유 문화, 교회의 관심 저하로 장기간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젊은 크리스천 찬양사역자를 발굴하는 CCM 오디션 '씨씨엠 루키대회'. 씨씨엠루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2011년 열린 박종호 콘서트
송정미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한 장면. 국민일보DB
# "지금은 음반 발매를 감히 할 수 없습니다. 일단 투자할 수 있는 기획사도 없고요. 음반 만들어서 500장만 나가도 감사하겠네요. 작곡한 음악이 멜론에서 다운로드 수 2만건을 넘어도 저작권료는 2만원밖에 안되요. 여러 가지로 CCM 사역자들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입니다."(예배사역연구소 대표 이유정 목사)

# "이름 있는 사역자들도 음반을 안냅니다. 제작비도 못건지기 때문이지요. 유통업체들은 음반이 아닌 다른 사업을 겸하지 않으면 최소 운영도 안됩니다.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수익이 안나오니까 대부분 다른 업체들은 문을 닫았습니다."(S유통업체 대표)




위 두 사례는 현재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현대 기독교 음악)으로 통용되는 기독교 음악산업의 실태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2000년 이후 침체에 빠진 한국 기독교 음악산업은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권희 CCM 프로듀서는 “아무리 좋은 음원을 만들어도 기독 음악시장이 없기 때문에 CCM 가수들도 몇 년 활동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 속에서 기독 음반 기획사와 유통사들은 음악 사업 자체를 접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찬양사역자들은 하나 둘씩 기독 음악계를 떠나고 있다. 기독교 음악산업은 이대로 회생 불능일까. 3회에 걸쳐 침체된 기독교 음악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1980∼90년대 기독교 음악산업 ‘르네상스’

기독교 음악산업이 바닥을 치고 있는 사이 국내 음악산업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사업체수는 3만7116개, 종사자수는 7만8402명, 매출액은 3조9949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이후 종사자수와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한 추세다. 2000년대 이후 불법음원 다운으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를 확실하게 만회했다. 이와 함께 2010년부터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은 실력있는 가수 지망생들을 무대 위로 끌어주며 국내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이에 반해 기독교 음악산업은 객관적인 지표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30년 가까이 CCM 유통업계에 종사한 다윗유통의 윤찬 대표는 “라이센스음반(외국음반복제)을 제외한 순수 국내 CCM음반은 2000년대 초까지 약 50억원 매출 규모로 보는 게 업계 종사자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2008년 세계 경제 금융 위기 이후 확 줄어서 지금은 그 매출액이 20억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독교음악산업협회 대표 전용국 목사도 “기독교 음악산업은 공식적인 매출로 연 30억원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기독교 음악산업이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부흥기가 있었다. 복음성가 문화를 토대로 꾸준히 발전한 국내 기독교 음악산업은 1980년대 후반 최덕신의 주찬양선교단과 솔로 아티스트들, 두란노의 경배와찬양 등을 통해 중흥기를 맞는다. 한국 기독교 음악산업의 ‘르네상스’라 여겨지는 90년대 중후반에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면서 음악적으로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으로도 성장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발표했다. 이 시기에 활동한 주요 아티스트들로는 송정미 박종호 김명식 최덕신 이성균 최인혁 안성진 좋은씨앗 소리엘 아침 사랑이야기 창문 꿈이있는자유 등이 있다.

이들과 함께 CCM 전문 기획사도 번창했다. 80년대 후반 예문기획 싱코이노이아 정도에 그쳤으나, 90년에 들어서면서 룩뮤직 푸른사람들 다솔기획 솔트기획 시편미디어 엘기획 예컴기획 칼라기획 비컴퍼니 등 20여개의 기획사들이 생겼다. 이들 기획사는 90년대 후반에 급증했고 음반 제작에 투자한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CCM 침체는 곧 기독교문화의 위축

2000년 이후부터 한국 기독교 음악산업은 안팎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람들의 호응이 줄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됐다. 90년 후반 경제 여파로 이어진 음악시장의 불황, 2000년대 이후 MP3 파일의 공유 문화로 한국의 음악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기독교 음악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많은 CCM 아티스트들이 앨범 활동을 중단했고, 기획사들도 하나 둘씩 없어졌다. 침체 분위기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현재 남은 기획사는 팀엔터테인먼트와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 추미디어앤아트, 조이커뮤니케이션 등에 그친다.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 음반 유통 분위기도 밝지 않다. 현재 다윗유통, 시편미디어, 갓피플, 찬미유통, OKCCM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나마 기독교 음악의 스타급 사역자들은 대부분 소니뮤직이라는 거대 유통사를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CCMLOVE, 갓피플 등 기독교 시장을 겨냥한 업체들과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일반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혼합된 형태로 유통을 하고 있다.

찬양사역자를 키우고 앨범을 기획, 발매하는 기획사와 유통회사들의 몰락은 자연스럽게 찬양사역자들의 투잡, 이탈을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기독교 음악산업의 침체가 계속될 경우 다음세대의 믿음전수가 어려워지고 기독교문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전용국 목사는 “기독교 음반 시장 자체가 복음 사역에 많이 관여하고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교회에서 기독교 문화를 살리기 위한 인재양성, 전문성 확충, 기독단체와의 다양한 협력,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래욱(45·어린이청소년찬양선교단 노아) 대표는 “지금처럼 기독교 문화에 투자하지 않으면 훗날 교회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특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기독교 문화를 만들고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