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란 속에 열린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가 결국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다음으로 미뤘다.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금융노조 등이 반발하고 나서자 이사진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2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 모여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기로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는 간담회 성격이었다”며 “28일 총회 전 이사회를 다시 열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박 회장의 임기 만료에도 이사회가 서두르지 못하는 것은 금융노조 등이 금융 당국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하 전 행장 내정설이 나오자 금융노조는 낙하산 밀실 내정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 전 행장은 KB지주 회장 후보로 나설 때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갑자기 14년 행장직을 그만두고 나선 그가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마지막까지 윤종규 후보와 경합을 벌이자 정치권과의 연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었다. 보은인사 논란은 하 전 행장이 고배를 마시자마자 은행연합회장 주요 후보로 떠오르면서 더 커졌다.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장 10명과 연합회 회장 및 부회장 2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후보를 추천한 뒤 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선임된다.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그간 회장은 주로 금융관료 출신 은행장들이 맡아왔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연합회장 선출이 늦어지더라도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을 뽑는 절차에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후보 선출 불발… 은행聯 차기 회장 선거 난기류
입력 2014-11-25 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