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사진) 회장이 24일 “수출확대 등에 만전을 기해 올해 (자동차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넘어서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수출확대전략회의를 열어 국내외 판매현황을 점검한 뒤 이같이 지시했다. 정 회장은 “어려울 때 잘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며 “불리한 시장 여건을 극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실력을 보여주자”고 말했다고 현대차 측이 밝혔다.
회의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756만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44만대 이상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올 10월까지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55만대를 판매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 증가한 142만1650대를 팔아 올해 전체 판매 대수가 170만대 이상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에서도 신형 i20, 엑센트 등의 신차 효과로 판매가 8% 뛰어올랐고, 경기 둔화로 전체 자동차 시장이 8.6% 축소된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마케팅 등에 힘입어 판매가 7.2% 신장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호조는 자동차 부품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올 9월까지 국산 자동차 부품의 일본 수출액은 6억7500만 달러로, 37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800만대 판매를 달성하면 2012년 700만대 돌파 이후 2년 만이다. 2008년 418만2558대였던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올해까지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 대수를 2배 가까이 늘려 왔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800만대 판매가 자동차 업계 선두권 도약을 위한 터닝 포인트로 여겨진다. 도요타는 2006년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기록한 이후 2년 만인 2008년 수십 년간 세계 판매 1위를 지켜오던 GM을 제치고 세계판매 1위 자동차회사가 됐다. 폭스바겐은 2011년 말 글로벌 판매 800만대가 확실해지자 ‘2018년 세계 1위’를 공언했다.
하지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에 펼쳐진 생산 공장과 부품 공급망, 판매망을 관리하는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2010년 차량 결함으로 사상 초유의 대규모(800만대) 리콜을 실시하는 바람에 세계적 신뢰가 추락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흥시장 공략 강화, 라인업 확대, 품질 확보, 생산 증대 등을 통해 800만대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글로벌 판매 800만대 시대 열자”
입력 2014-11-25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