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복수정답’ 인정] 생명과학Ⅱ 등급하락 → 수시 최저기준 미달 비상

입력 2014-11-25 03:34
2015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의 복수정답 처리로 수험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답에서 복수정답으로 바뀐 수험생들은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오른다. 수능 등급 상승도 기대해볼 만하다. 반면 다른 수험생들은 상대평가라는 속성 때문에 표준점수와 백분위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생명과학Ⅱ 복수정답 인정은 의대를 지원하는 최상위권 수험생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위권의 움직임은 중하위권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대입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생명과학Ⅱ 최고 4200명 등급 상승 예상=생명과학Ⅱ 복수정답 인정은 메가톤급 태풍이 될 수 있다. 영어 복수정답 인정의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24일 입시업체 가채점을 보면 생명과학Ⅱ에서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②번을 선택한 수험생은 기존 평가원이 정답으로 지목한 ④번을 택한 수험생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메가스터디는 ②번이 74%, ④번은 11% 비중이라고 봤다. 유웨이중앙교육은 각 63%와 10%, 이투스청솔은 66%와 12%, 진학사는 65.8%와 12.4%로 추산했다. ②번 응답률이 ④번보다 5∼6배 높은 것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이번 복수정답 조치로 이득을 본 것이다. 이에 반해 ④번이나 오답을 고른 학생들의 성적은 하락하게 된다.

입시업체들은 생명과학Ⅱ 복수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상승하는 학생은 3400∼4200명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등급이 하락하는 수험생은 1700∼60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상위권이라 할 수 있는 4등급 이상을 분석한 결과 등급 상승이 2000여명, 반대로 1∼3등급 내에서 등급이 떨어지는 수험생이 800명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기존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바탕으로 가채점한 결과로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 등은 수시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수시는 최저 기준이 문제지만 정시의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시에서는 상위권 대학이 과학탐구를 표준점수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백분위에 근거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므로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명과학Ⅱ ④번 선택 수험생 어쩌나=기존에 평가원이 정답으로 밝힌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Ⅱ는 의대 지원자들이 많이 치르는 시험이다. 특히 올해는 의학전문대학원이 의대로 전환되면서 정원이 1100여명(치의예 포함) 증가했다. 의대 진학의 적기로 받아들여지면서 상위권 재수·반수생(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들이 올해 수능을 많이 치렀다. ‘물수능’ 여파로 이과 상위권 중에서도 의대의 경우 0.1점차로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복수정답 처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의 쟁점은 ‘젖당이 있을 때 야행성 대장균에서 RNA 중합요소는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는 보기 ‘ㄱ’의 설명이 맞는지 여부였다. 이 문항을 자문한 전문학회들은 “여러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므로 이를 고려해 판단해야” “ㄱ은 참으로 볼 수도 있고 거짓으로 볼 수도” “다수는 ㄱ이 옳지 않다고 해석했지만 소수는 ㄱ이 옳다고 봄”이라며 엇갈린 판정을 내렸다.

과거 소송 전례도 있다. 2004학년도 언어영역 17번 문제가 복수정답이 되자 수험생 460명이 복수정답 인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기각됐다. 당시 백석 시인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을 제시한 문제에서 평가원은 보기 중 ③번인 ‘미궁의 문’을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⑤번 ‘실’이 답이라는 이의가 제기됐고, 복수정답 처리됐다.

◇국어·탐구 잘 봤다면 정시 상향 지원도=수험생들은 이제 정시 지원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23일 고려대 한국외대 중앙대 등 수시 논술고사를 끝으로 올해 수시 일정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복수정답 처리 등으로 달라진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보는 작업이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므로 일단 남은 대학별 고사 일정을 충실히 소화하라고 권한다. 수시 논술은 끝났지만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면접(28일) 등 면접·적성고사가 남은 대학이 있다. 복수정답 처리로 빚어질 수능 최저학력 기준 등급 변화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상위권 수험생은 국어와 탐구영역을 잘 봤다면 정시에서 상향 지원을 고려해볼 만하다. 정시는 등급이 아니라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당락을 가른다. 비록 수학과 영어에서 한두 문제 실수를 했더라도 국어와 탐구영역에서 만회가 가능하다. 어렵게 출제된 과목의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6월·9월 모의평가에서는 쉽게 출제된 과목과 어려운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20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