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자극적 내용 도 넘었다

입력 2014-11-26 02:29
MBC ‘장밋빛 연인들’
MBC ‘전설의 마녀’
SBS ‘미녀의 탄생’
#1. 혼전 임신으로 아기를 낳은 뒤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여자가 3년 후 돌아와서 연예인으로 데뷔한다(MBC 주말극 ‘장밋빛 연인들’).

#2. 재산을 노리고 뚱뚱한 여성과 결혼한 남자는 추락 사고로 위장해 낭떠러지 아래로 아내를 떨어뜨린다. 범행이 들통 날 위기에 처하자 장모를 납치하고 재혼한 아내를 의심하며 손찌검까지 한다(SBS 주말극 ‘미녀의 탄생’).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 주간 쌓인 피로를 풀며 즐기는 주말 저녁시간대에 TV 브라운관에는 도를 넘는 선정적인 내용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지상파 주말극의 내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자극적이다. 드라마마다 ‘누가 더 통쾌하게 복수하나’ 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죄목만 해도 살인과 살인미수, 납치와 감금, 가정폭력, 협박 등 섬뜩할 지경이다.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에서는 극 배경으로 교도소가 등장한다. 청주여자교도소 2층 10번 방에 수감된 네 여자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첫 방송(지난달 25일 방송)은 푸른색 수의를 입은 심복녀(고두심 분), 손풍금(오현경 분), 서미오(하연수 분)가 신입 문수인(한지혜 분)에게 텃새를 부리는 장면에서 시작됐다. “눈 깔아” “대들지 마라” “안 잡아 먹는다” 등의 살벌한 대사가 오고갔다.

이런 드라마들은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전설의 마녀’의 경우 지난 23일 방송분이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2%를 기록하며 작품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전설의 마녀’ 직전 시간대에 방송되는 ‘장밋빛 연인들’은 지난 16일 방송분이 시청률 17.9%를 찍었다. ‘미녀의 탄생’의 뚱뚱했던 주인공 사금란(한예슬 분)이 전신 성형을 한 뒤 사라로 변신하는 뒷얘기가 담긴 2회(2일 방송분) 시청률은 10%였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드라마 내용이 불쾌하다고 토로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둔 주부 송지현(45)씨는 “모처럼 아이들과 거실에서 TV를 켜는 시간인데 드라마마다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라며 “주말드라마 대부분이 주인공 남녀가 복수를 하는 내용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TV 시청 연령이 올라가면서 생긴 일”이라며 “방송사들이 주 시청층 중년을 겨냥해 성공 방정식인 복수 코드를 주말극에 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말드라마의 ‘아침드라마화’가 진행되고 있는 거다. 같은 틀,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가 반복되다 보니 결국 점점 자극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