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눈물] 정부의 탁상행정 자영업자 더 울린다

입력 2014-11-25 02:11

“일용직으로 채용했던 중국동포에 대한 고용보험료를 1년이 지나 한꺼번에 소급 청구하면서 설명 하나 없는 일반 고지서 한 장 보내는 게 맞는 처사인가요. 정부는 아직도 자영업자는 뭐든 캐면 나올 구멍으로 아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꽤 큰 규모의 식당(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60)는 10월 4대 보험료 통합 고지서를 펼쳐보곤 깜짝 놀랐다. 납부 금액이 9월보다 100만원 넘게 올랐다. 내역을 보니 고용보험료가 급증했다. 고용보험공단에 전화해 보니 지난해 국세청에 신고한 인건비 내역 중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아 소급 청구한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 4대 보험료를 꼬박꼬박 잘 내는 사업장이라고 나름 자부해 왔는데 ‘위법’했다는 당혹감에 일단 청구된 보험료를 납부했다. 10년 넘게 장사했는데 일용직 근로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A씨가 고용한 일용직은 대부분 조선족, 즉 중국동포이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는 조선족 직원의 경우 고용보험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다. 공단에 다시 전화를 걸어 따져 물으니 그제야 “H2 비자를 발급받은 중국동포의 경우 고용보험은 임의 가입(본인이 원할 시에만 가입) 대상이 맞다”면서 “소명을 하면 (납부한 금액을) 환급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단이 미납 보험료가 누구에 대한 보험료인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국세청에 신고된 ‘인건비’ 금액을 기준으로 소급하면서 생긴 일이라는 해명이다. A씨는 “세무사 등을 통해 작년에 일용직으로 신고한 인원이 누구였는지, 시기별로 다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올해부터 국세청으로부터 사업주들의 비용 신고 내역 등을 넘겨받아 고용·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의무가입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가 주 타깃이다.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씨처럼 정부가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주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산재를 제외한 나머지 3대 보험료는 모두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데 사후에 소급 청구되는 금액은 사업주가 일단 전액을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 본인이 보험 가입을 거부했던 경우라도 일차적 의무는 사업주에게 부과된다”면서 “현실적으로 미가입장을 파악할 방법이 달리 없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