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발언에 마약 문제, 탈세와 스토킹까지 온갖 구설에도 미국 수도 워싱턴DC 시장을 네 번이나 연임하고 시의원까지 지낸 ‘흑인의 영웅’ 매리언 배리(사진) 전 시장이 23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항년 78세.
미시시피주의 한 흑인 소작농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민권운동을 통해 흑인의 영웅으로 부상하면서 1978년 워싱턴DC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3선 재임기인 1990년 1월 연방수사국(FBI)에 코카인 소지와 사용이 적발돼 6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최악의 스캔들에도 배리 전 시장은 이를 ‘구원’이라는 테마로 선거에 활용하는 영리한 행보로 1994년 네 번째로 워싱턴DC 시장에 당선됐다.
1999년 시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시의원을 역임하며 활발한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6년에 탈세 혐의로 3년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았고 2009년에는 스토킹 혐의로 체포되는 등 잇단 구설에 올랐다. 특히 2012년에는 지역구 행사에서 “우리 지역에 들어와 ‘더러운 가게’를 여는 아시아인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흑인의 영웅’ 매리언 배리 전 워싱턴DC 시장 사망
입력 2014-11-2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