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피아 척결, 제도와 시스템만으로 가능하겠나

입력 2014-11-25 02:40
인사혁신처가 ‘관피아’ 척결에 시동을 걸었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심사를 전담하는 취업심사과장직을 신설하고 민간 전문가를 이 자리에 채용해 관피아를 걸러낸다는 계획이다. 안전행정부 시절 4급 공무원 책임 하에 11명으로 구성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하던 것을 민간 출신 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런 의미에서 취업심사과장 선발도 전원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정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공직후보자를 발굴해 장·차관 임용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할 인재정보기획관직도 민간에 개방했다. 기존의 스펙트럼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인재풀을 구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10개 직위를 민간에 개방하고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 출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앞으로도 민간인 충원이 필요한 직위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출신다운 발상으로 이 처장의 실험은 철밥통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 경험이 없는 그를 이 자리에 앉힌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진출이 다소 주춤해졌다고 하나 관피아들은 여전히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곳곳에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대정부 로비 창구와 바람막이 역할이나 하는 이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한 대한민국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방산비리 주범인 ‘군피아’는 국가안보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관피아를 뿌리 뽑아야 하는 이유다. 차관급 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이 같은 지난한 과제를 홀로 감당할 수는 없다. 인사 혁신이 성공하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와 원활한 역할 분담을 통해 인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인사검증 시스템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허술한 청와대 검증 시스템으로는 제2의 안대희·문창극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관피아를 막고 공직사회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인사 제도와 시스템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요소가 인사권자의 의지다. 제도와 시스템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인사권자가 무시하면 한낱 장식품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가 줄어드나 했더니 그 빈자리를 ‘정피아’들이 꿰차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세 장관 인척이 준공기업 상임이사에 기용되는 비정상적 인사가 무시로 계속되는 한 관피아 척결은 물론 공무원 인사 혁신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