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십자군 전쟁 시즌2

입력 2014-11-25 02:10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전쟁(200년)인 십자군 전쟁은 이 한마디로 시작된다. 1095년 11월 27일 중부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열린 공의회 마지막 날,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성직자와 세속 영주 그리고 일반인들 앞에서 선동적인 열변을 뿜어낸다. 그날 성지 예루살렘 탈환을 위한 제1차 십자군 전쟁이 선포된다. 8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은 세속의 탐욕이 종교를 앞세워 일으킨 광기 어린 사건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저서 ‘십자군 이야기’에서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라고 진단한다.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 간 싸움을 중지시키고, 무엇보다 교황권 강화를 위해 성지 탈환을 외쳤다. 참여자는 ‘면죄부’를 받았으나, 일으킨 쪽에서 보면 결국 실패한 전쟁이다. 본질도 종교 전쟁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900년이 훨씬 지났건만, 십자군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9·11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검은 석유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언급했다. IS 조직원은 미국인 피터 캐식을 참수하는 동영상에서 “우리는 이곳 다비크에서 마지막 십자군(미군)을 끝장내겠다”며 ‘최후의 십자군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다짐한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는 다비크가 ‘최후의 날에 이슬람군이 적군을 무찌를 장소’로 예언돼 있다. 지난 8월 IS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시리아 북부 알레포로 진격한 것은 다비크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서구 중심의 시각이긴 하지만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 ‘문명의 충돌’에서 몇몇 갈등적 관계의 문명권 중에서 기독교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대립을 가장 큰 충돌로 봤다. 십자군 전쟁 시즌2는 그가 예고했던 것처럼 본격적인 문명의 대충돌로 확산돼 가는 중이다. 종교보다는 인간의 탐욕이 점점 그 자리를 넓히면서.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