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의 위상·활용방안에 대한 근본적 논의 절실

입력 2014-11-25 02:30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을 복수정답 처리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평가원은 수능이 도입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출제 오류, 2개 문항 출제 오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무려 63만여명이 응시한 시험에 2개 문항이나 오류가 발생한 것은 교육 당국의 공신력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게 한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의 복수정답 처리로 많은 학생들의 등급이 당초에 비해 상승하거나 하락하고, 표준점수 산정에도 변동이 생기게 됐다. 이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줄 게 뻔하다.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데 그칠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올해의 경우 엎질러진 물이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비상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부가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키로 한 이상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수능은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인적 구성, 교수와 교사의 비율 및 역할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연구해 출제 오류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겠다.

교육부는 차제에 수능의 위상과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의 수능은 어정쩡하기 짝이 없다. 사교육을 줄인다는 이유로 쉽게 출제하는 바람에 변별력이 없다. 올해 자연계 학생이 응시한 수학B의 경우 만점자가 전체의 4% 이상이어서 정시 선발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를 쉽게 내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별력 상실로 인해 입시 현장에 혼란만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에 교육 당국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함으로써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전적으로 맡기든지, 아니면 난이도를 적절히 유지함으로써 학업능력을 분명히 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능의 EBS 교재 연계에 따른 문제점과 대책도 연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