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종교인 과세 정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2012년 이명박정부 때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3년 10월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연내 국회통과 등 법률적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종교계의 반대로 해를 넘겼다. 이어 올 2월 수정안이 제출돼 임시국회에서의 입법화가 예상됐으나 다시 무산됐다. 이후 지금까지 미뤄졌다 최근 국회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시도됐으나 여당의 반대로 불발됐다. 24일에는 조세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각계 대표 종교인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나 일부가 반대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종교계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분위기 등으로 미뤄볼 때 시행도 해보기 전에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가톨릭과 불교계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일부 개신교 측이 반대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낮다. 반대 측이 내세운 논리는 ‘성직인 목회자를 근로자로 보고 세금을 물릴 수 없다’ ‘세무조사를 통해 종교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한국교회 다수의 목회자는 면세점 이하다’ 등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같은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목회자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보고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려 했으나 별도의 ‘종교인 소득’으로 인정하기로 했고, 세무조사는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했으며 곤궁한 목회자들에게는 오히려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납부 방법도 ‘원천징수’에서 ‘자진신고 납부’로 바꿨다.
한국기독교 대표 기관의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종교인 납세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납세가) 오히려 어려운 교회를 도와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경동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소망교회, 새문안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오륜교회, 지구촌교회 등 한국교회를 상징하는 여러 교단의 대표교회들은 수년에서 수십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목회자 소득세를 내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측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통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할 만큼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대 다수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되새겨야겠다. 종교인 과세는 한국교회로서는 오히려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목회직의 특수성을 앞세우며 ‘불가’를 주장하기에 앞서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요구라는 점에 주목해야겠다. 무엇보다 납세는 이웃을 사랑한 예수의 정신을 실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위다. 정부와 정치권은 건강한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과세에 찬성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설] 정치권이 교계 눈치볼 까닭 없다
입력 2014-11-25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