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의 타이거 우즈’ 루이스 해밀턴 6년 만에 황제로 돌아왔다

입력 2014-11-25 02:28
루이스 해밀턴이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열린 2014 F1 아랍에미리트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에서 ‘검은 혁명’이 일어났다. F1 최초의 흑인 드라이버인 루이스 해밀턴(29·영국·메르세데스). 그는 2007년 데뷔해 2위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이듬해엔 당시 역대 최연소(23세 9개월 26일) 챔피언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5년 1월 7일 백인 어머니(카멘 라발레스티)와 흑인 아버지(앤서니 해밀턴) 사이에서 태어난 해밀턴은 2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열두 살 때까지 어머니와 살다가 이후 아버지와 생활했다. 아버지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그레나다에서 영국으로 거처를 옮긴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다.

해밀턴은 아버지의 눈물겨운 헌신과 타고난 재능, 지독한 훈련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F1의 타이거 우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잘 나가던 그는 강력한 라이벌 제바스티안 페텔(27·독일·레드불)을 만났다. 페텔은 2010년 23세 4개월 11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3년까지 4년 연속 챔피언에 올라 새로운 ‘F1 황제’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러나 페텔과 레드불은 올해부터 적용된 새로운 기술 규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F1 머신에 장착된 엔진은 지난 시즌까지 2.4ℓ 용량에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쓰였지만 올해부터 1.6ℓ 용량에 6기통 터보엔진을 쓰고 있다. 레드불의 머신 자체는 가장 좋은 수준이지만 올해 새로 도입된 개념인 파워 유닛은 메르세데스에 비해 뒤졌다.

페텔이 주춤한 사이 해밀턴이 치고 나갔다. 해밀턴은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 순위에서 팀 동료 니코 로스베르크(29·독일)의 추격을 따돌리고 그랑프리 2014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해밀턴은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무전을 통해 “세계 챔피언이다. 믿을 수가 없다”며 벅찬 소감을 남겼다. 영국의 해리 왕자는 “루이스, 당신은 전설이다”고 치하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