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후 美 PGA 도전”… ‘게으른 천재’ 허인회, JGTO 던롭 피닉스 5위로 마감

입력 2014-11-25 03:16

“군대 갔다 와서 미국투어로 가야죠. 같이 뛰는 일본 선수들이 ‘왜 미국 안 가냐’로 자꾸 물어요.”

23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단독 5위로 경기를 마친 허인회(27·JDX·사진)는 두 차례 실수로 우승을 놓쳤다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허인회는 3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을 소나무 숲에 빠트리며 트리플 보기를 범했고, 마지막 4라운드에서는 공동 선두를 달리다 15번홀에서 꼭 같은 실수로 2타를 까먹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 두 홀에서만 5타를 놓친 것이 결정타였어요. 하지만 최근 샷감이 좋아 남은 일본투어 2개 대회에서 1개 대회는 우승하도록 열심히 할게요.”

허인회는 내로라하는 미국, 호주, 일본 선수 등 84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94.88야드)를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장타를 앞세운 허인회는 그린 적중률(77.78%)도 1위에 올라 샷감이 절정에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 선수들이 장타자인 그에게 미국 진출을 권유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는 골프선수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국군체육부대 입대가 확정돼 있어 다음 달 8일이면 훈련소에 입소해야 한다. 프로선수로서 기량이 절정에 달해 있는 지금 군 문제는 항상 그를 짓눌러 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먼저 군 문제를 해결한 뒤 홀가분하게 미국투어로 진출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인 조던 스피스(21·미국)와 같은 조에서 라운딩한 경험도 소중했다.

“그 친구는 나이는 저보다 많이 어린데도 첫 번홀 티샷부터 마지막 홀 퍼팅까지 그렇게 프로답게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분위기에 쉽게 좌우되는 저로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어요.”

허인회는 경기 전략을 짜는 데 꼭 필요한 야디지북을 안 보는 선수로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허인회는 “왜 야디지북을 안 보느냐”고 묻자 “돈이 없어서 못 샀다”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도 생겼다. 3라운드에 손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최선을 다한 그는 ‘게으른 천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성숙해졌다.

이 대회는 유독 한국 선수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지난해는 김형성(34·현대자동차)이 우승에 도전했지만 전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37·영국)에게 우승을 내주고 준우승에 그쳤었다.

미야자키=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