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바지 안 입은 곰돌이 푸, “야하다” 퇴출 위기… 대단한 상상력!

입력 2014-11-25 02:11

[친절한 쿡기자] 먹을 것을 밝히는 귀엽고 뚱뚱한 곰. 1926년 동화에 첫 등장한 뒤 80년 이상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곰돌이 푸’(Winnie the Pooh·사진)가 야하다는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였습니다. 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이 황당한 사건은 폴란드의 소도시에서 벌어졌습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의 소도시 투션(Tuszyn)에서 성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푸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하네요. 이 같은 주장을 편 사람들은 투션의 시의회 의원들입니다. 이들은 새로 만든 어린이 놀이시설의 마스코트를 정하는 과정에서 푸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합니다.

곰인데 왜 옷을 입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만화 속에서 푸는 빨간색 상의만 입고 하의를 입지 않았습니다. 즉 푸가 성별이 없거나 자웅동체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참 상상력이 대단하네요. 심지어 푸의 원작자 A.A 밀른이 불순한 의도를 가졌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한 여성의원은 “작가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푸의 생식기를 잘라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놀이시설 제작을 맡은 건설사도 황당해하고 있다네요. 마스코트를 갑자기 바꾸게 생겼으니 말이죠. 의원들이 푸 대신 폴란드의 유명 만화 주인공인 우샤텍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우샤텍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한 주민은 폴란드의 뉴스 채널인 TTV와의 인터뷰에서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푸를 문제 삼는 의원들도 지적능력이 떨어진다”고 조롱했습니다.

푸를 반대했던 리샤르 시치 의원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푸를 둘러싼 모든 일이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놀이시설에 관해 나눈 농담이 좀 길어졌다”면서 “푸를 퇴출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도 혀를 차고 있습니다. “윗사람들의 변태적인 상상력,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폴란드 의원들이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보다” “우리나라 캐릭터 둘리 보면 기겁하겠네. 아무 것도 안 입었거든” “어른들이 곰돌이 푸를 변태로 만들었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푸는 국제연합(UN)으로부터 우정대사로 임명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입니다. 그런 푸에게 성정체성 논란이 일 줄이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우리 속담을 폴란드 시의회 의원들에게 들려주고 싶네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