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항상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20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견디며 농촌목회를 해 올 수 있었겠지요.”
서연화(40·여) 전도사는 지난달 간암으로 소천한 아버지 고(故) 서유원 순창 소망교회 목사를 이렇게 회고했다. 서 목사는 전북 순창군 유등면에서 26년간 농촌 목회를 해왔다. 한영신학대에서 기독교상담학을 전공한 서 전도사는 아버지 병세가 심해진 지난 9월부터 순창에 내려가 교회를 이끌고 있다.
아버지 서 목사는 마흔에 목회를 시작한 ‘늦깎이 목사’다. 경기도 안양에서 살며 신학공부에 매진했던 그가 농촌목회를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에서다. 농촌 교회 설립을 계획하던 모교회 부목사와 동행했다가 자신이 개척하게 된 것이다. “동행한 목사님이 이곳에 교회를 설립키로 약속했는데 돌연 안 하겠다고 한 거죠. 하지만 아버지는 강직한 분이거든요. ‘동행한 사람으로서 대신 약속을 지키겠다’고 해 연고 없는 곳에서 농촌 목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988년 당시 서 목사가 터를 잡은 마을에는 교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기독교에 대한 마을 주민의 반감도 컸다. 교회 건축 허가를 받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허가를 받기까지 서 목사는 가정집을 직접 짓고 거실을 교회 삼아 지역 주민 몇몇과 예배를 드렸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서 전도사는 공부 시간을 쪼개 교회 일을 도왔다.
서 목사의 헌신으로 교인 수는 점차 늘었다. 교회 내 주일학교와 중·고등부가 신설됐고 성도들 가운데 신학공부를 하는 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교회 살림은 항상 어려웠다. 가끔 외지 교회에서 선교헌금이 들어오긴 했지만 교회 운영비 대부분은 서 목사가 마련해야만 했다. 서 목사는 복분자 농사를 짓고 염소를 기르며 교회 살림을 꾸려 나갔다. “아버지에겐 ‘작은 교회지만 신학생을 배출하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빠듯한 형편에도 신학생 학비 지원금을 꼭 마련하셨지요. 아버지는 두고두고 ‘영의 자식’을 길러 냈다는 사실을 뿌듯해 하셨어요.”
목회와 농사에 전념하던 서 목사가 간암 판정을 받은 건 2007년의 일이다. 96년부터 앓아 오던 간경화가 간암으로 진행된 것이다. 병원을 오가며 입원과 수술, 치료를 반복했지만 상태는 점차 악화됐다. 스스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가 되자 서 목사는 간호하러 온 딸에게 교회를 부탁했다. 자비량으로 60∼80대 어르신 성도 10여명을 돌봐야 하는 자리였다. “처음엔 거절했지요. 안양에서 남편과 자식들과 사는데 교회를 맡으면 순창으로 내려와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버지 곁에서 병간호를 하고 임종을 지키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아버지가 평생 헌신한 성도들의 삶이 귀하게 느껴졌거든요.”
서 전도사는 현재 교회 옆 사택을 예배당 삼아 아버지가 섬긴 교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하고 있다. 기존 교회 건물이 너무 낡고 위험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서다. 사택은 평소 궁색한 장인·장모의 거처를 안타까워한 서 전도사의 남편이 새로 지어 준 것이다. 이곳에서 서 전도사는 연로한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며 주일마다 예배를 이끈다. 인터넷 쇼핑몰과 개인교습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그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이곳에서 계속 목회를 할 계획이다. “자비량 목회인지라 경제적 문제가 가장 걱정이지요. 하지만 이곳을 맡겨준 게 하나님 뜻임을 믿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넘어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하는 목회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순창 소망교회
입력 2014-11-2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