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빅매치’ 주연 배우 이정재 “머리보다 몸 앞서는 파이터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나”

입력 2014-11-26 02:42
게임 같은 영화 ‘빅매치’에서 이종격투 선수 역할로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는 주인공 이정재. “쌀쌀한 날씨에 화끈한 영화를 보러 오시라”고 말했다. 호호호비치 제공
이정재가 경찰서 철창에 갇히고, 수갑을 찬 채 도주하고, 축구경기장에서 적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왼쪽부터).
격투기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 스테이지를 깨고 나서 곧바로 다른 스테이지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게 게임이니까 가능하지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27일 개봉되는 영화 ‘빅매치’의 주인공 이정재(41)는 물불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이종격투기 선수 최익호 역할을 맡아 게임 못지않은 고난도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는 익호가 세계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매니저이자 친형인 영호(이성민)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첨단장비를 동원해 연락해온 에이스(신하균)가 “형을 구하려면 명령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조직폭력배 등의 추격을 물리쳐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장난 아니다. 뚫고 뚫어도 적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한숨 돌린 듯했다.

“촬영 과정에서 엄청 힘들었는데 달리 정답은 없었어요. 열심히 운동하는 것밖에는. 출연을 결심한 후 5개월 동안 준비를 했지요. 오전엔 근력 운동, 오후엔 격투기 훈련으로 이어지는 6시간의 강행군이었죠.”

그가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지는 영화 속 그의 단단한 몸매를 보면 안다.

그러다 불상사가 발생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격투기 훈련 도중 어깨를 다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통증을 느끼고 2주 후 병원에 가보니 어깨 인대가 4㎝가량 끊어졌더라고요. 병원에서 수술을 권해 영화를 그만둘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영화사와 최호 감독께서 ‘상태가 악화돼 촬영이 중단되더라도 일단 가자’고 했어요. 리스크를 안은 큰 결정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끝날 때까지 별 탈 없이 진행됐다. 영화를 다 찍고 나서 수술에 들어갔다. 그는 “아직도 재활 중”이라며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무리하면서까지 이 영화에 매달린 이유가 뭘까.

“일단 운동한 게 아까웠고요. 앞으로 이렇게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관객들에게 지금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영화에는 그의 이런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구르고 뛰고 점프하며 수십 명을 때려눕히는 ‘닥치고 액션’이 볼거리다.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고 무쇠처럼 단단하고 표범처럼 날렵한 파이터를 거침없이 해냈다. 연기의 90%를 대역 없이 소화했다고. 그러면서도 간간이 웃음을 날린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없다지만 단순무식한 캐릭터로 폭소를 자아낸다.

그는 흥행 타율이 좋은 배우 중 한 명이다. 1298만을 모은 ‘도둑들’(2012)에서는 얄미운 도둑, 468만을 기록한 ‘신세계’(2013)에서는 조직의 마음 여린 2인자, 913만을 동원한 ‘관상’(2013)에서는 잔혹한 수양대군으로 변신하며 ‘충무로 믿을 맨’으로 자리매김했다.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한 그에게도 골방에서 작품만 고르며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거의 해마다 영화를 찍었는데 ‘태풍’(2005) 이후 3년에 한 편 정도만 들어오는 거예요. 제 약점이 드러나는 영화들은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했지만요. 그러다 보니 슬럼프가 오더군요.”

그는 “더 나은 연기를 위해 생각의 확장과 그에 따른 신체적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런 중에 조금씩 연기가 늘어나고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틈만 나면 미술관에 들러 그림을 감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그는 “제가 취미가 따로 없다”며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소개했다.

현재 촬영 중인 ‘암살’에서 독립군 역할을 맡았다는 이정재는 “가장 존경하는 안성기 선배처럼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캐릭터로 저만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12분. 15세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