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요우커 겨냥한 헤리티지 투어리즘

입력 2014-11-25 02:23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주목 받는 업계가 바로 관광업계다. 단계적 비자 면제 범위가 확대돼 한국을 찾는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의 명동이나 제주도는 중국사람 천지다. 제주 성산 일출봉으로 가는 길은 넘쳐나는 요우커 때문에 새 길이 하나 더 생겼을 정도다. 한가하던 골프텔도 호텔을 못 구한 요우커들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 국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출국한 중국인은 9818만명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이 중 같은 중국령인 홍콩·마카오를 찾은 중국인(6554만명·66.8%)을 제외하면 요우커들이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은 바로 한국이다. 지난해 방한한 요우커는 432만명으로 국내 전체 해외 관광객의 36%를 차지했다. 일본 관광객(2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올해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6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은 2018년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시대가 될 것이고, 그때까지 매년 15%씩 해외여행객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1년에 1억명이 해외여행을 다니지만 머잖아 그 수가 5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FTA 타결로 새로운 한류 필요성 커져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우리의 관광정책도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은 단순 쇼핑족이나 휴일을 활용한 반짝 관광객이 요우커의 대종을 이뤘다. 이번 한·중 FTA에는 전자상거래가 포함돼 양국 간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과 고급 백화점에 주로 몰리던 요우커들이 쇼핑은 자국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한국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형태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찾는 가장 큰 이유인 쇼핑 목적의 여행객이 급감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쇼핑을 대신할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해답은 여전히 한류에 있다. 한국 드라마나 음악 외에 요우커를 유인할 새로운 한류를 찾아야 한다. ‘헤리티지 투어리즘(Heritage tourism)’이나 ‘스포츠 투어리즘(Sports tourism)’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적지 관광’ 정도로 해석될 헤리티지 투어리즘을 요우커와 접목시킬 때 국내에는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척할 여지가 많다. 전남 해남의 황조별묘, 화순의 주자묘 등이 그것이다. 황조별묘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을 물리친 명나라 장수 진린을 모신 곳이다. 명나라가 청나라에 망하자 진린 장군의 손자 진조가 망명해 와 할아버지가 군영을 설치했던 고금도를 거쳐 해남에 정착, 광동 진씨 집성촌을 이루게 된 긴 사연이 있다. 화순 주자묘는 송나라가 원나라에 망하자 주자의 증손자 주잠이 한림원 7학사를 데리고 화순에 정착한 이래 매년 배향해온 곳이다.

중국의 저명한 음악가인 정율성 유적도 한국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천안문 광장 앞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영접을 받을 때 울려 퍼졌던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이가 정율성으로 원래 한국인이었다. 그는 전남 광주(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기독교 학교인 숭일중학교에 다니다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정율성은 중국 창건 50돌에 신중국 창건에 기여한 100대 영웅 모범 인물로 뽑혔고, 중국 3대 작곡가로도 추앙받고 있다. 화순에는 정율성의 집터, 다녔던 능주초등학교가 있다. 이런 유적들은 오롯이 요우커들을 위한 신개념의 관광자원으로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내한한 시진핑 주석도 당시 서울대 강연에서 한·중 교류에 기여한 역사적인 인물로 주자, 진린, 정율성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한 관광상품도 대안

스포츠를 매개로 한 스포츠 투어리즘도 하나의 대안이다. 중국도 수년 내 1만 달러 시대가 되면 야외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 분명하다. 겨울철 동남아 스키 관광객이 증가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레저스포츠를 즐기려는 요우커들을 위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부자가 된 중국이 이웃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축복이다.

서완석 문화체육부 국장기자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