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리인하 카드 엔저 대응 ‘다목적’불붙은 ‘쩐의 전쟁’

입력 2014-11-24 03:24
글로벌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이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를 전면화할 뜻을 밝히면서 일본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 경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조치가 경기부양의 성격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양적완화 이후 계속되는 엔저 공세에 대한 방어책의 성격을 띠면서 ‘환율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 주요국의 돈 풀기 경쟁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엔저 대응까지 염두에 둔 기준금리 인하=지난 21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예금금리를 3.0%에서 2.75%로, 대출금리를 6.0%에서 5.6%로 각각 인하했다. 2012년 7월 이후 2년4개월 만의 금리인하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였다. 금리 인하 배경으로는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부동산시장 위축이 이어진 것이 꼽힌다. 생산자물가도 3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년4개월 만에 전격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본다. 엔저에 대응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23일 “이번 조치는 국내 경기 진작에 주된 목적이 있으나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과 연계돼 위안화 환율 등 여타 부분에 간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중국 금융 당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기 위한 수단으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출 촉진 목적의 환율 절하 경쟁이 동아시아 국가들로 급속히 번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열린 유럽금융회의에 참석해 “ECB가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율 달성을 지체 없이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산 매입 규모와 속도, 종류를 그에 맞춰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ECB가 국채 매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 인하가 일단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의도대로 경기가 연착륙할 경우 대중 수출의 70%가 중간재와 자본재인 한국 수출경기도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의 금리 인하는 세계경제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유럽 역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힌 만큼 세계경제 여건이 나아져 한국의 수출 전망을 밝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글로벌 통화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계 자금 유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추고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