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차기 전당대회 너도나도 출마 깃발 드는데 ‘혁신’ 없고 ‘논쟁’만 있다

입력 2014-11-24 03:53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전당대회에 유력 인사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지만 참신한 정치개혁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당권·대권 분리’ 같은 오래된 정치논쟁만 분분하다는 비판이다.

23일까지 공식적으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후보는 김동철 의원뿐이다. 하지만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비대위원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들 ‘빅3’ 외에 박주선 추미애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의원 등도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급 ‘얼굴’들의 출마 러시에도 아직까지 혁신 의제가 보이지 않고, ‘친노·비노’ 논쟁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다. 호남 출신 주자들은 호남에서 ‘특강’을 이어가는 등 밑바닥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 총·대선 패배 당시 지도부였던 친노에 대한 실망을 결집시켜 당권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김동철 의원은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치른 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이 있다”며 ‘문재인 불가론’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호남 신당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친노계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문 비대위원은 지난 20일 기자들을 만나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전제하에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이런저런 견제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친노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을 말하며 당 대표 추대론까지 언급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노·비노 논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유력한 대선주자가 상처를 입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전당대회 이슈가 ‘문재인인가, 아닌가’에 형성돼 있고, 관심받을 만한 새로운 이슈의 등장 가능성도 낮다”며 “국민 성원으로 탄생하지 못한 당 지도부가 강도 높은 혁신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떠들썩한 ‘당권·대권 분리’ 논쟁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박 비대위원은 대선후보 보호를 위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선후보가 당권까지 장악해 경선 룰을 좌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애초의 ‘당권·대권 분리’ 취지와는 전혀 다르다. 박 비대위원의 주장은 특정 후보 배제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분리 주장에 대해 “민주 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서 나온 50대 기수론도 가능성이 낮은 ‘슬로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50대 기수론은 현재 유력 후보군이 아니라 50대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담당해야 할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인사 중 다수가 이미 3선 의원인 데다 별다른 개혁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을 지낸 최재천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세대교체, 세력교체, 비전교체를 위한 리더십, 기득권을 버리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후보들이 당내 계파 이해관계에 몰입돼 있어 대단히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현재 당 구조상 이런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비대위원이 출마하면 온갖 당내 논쟁들이 피할 수 없어지게 된다”며 “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갈등들도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