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서울 승부차기 꺾고 亞 챔스리그 티켓

입력 2014-11-24 03:27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3일 열린 성남 FC와 FC 서울의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양 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 없이 비긴 뒤 연장 후반까지 골이 터지지 않자 승부차기 준비에 들어갔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연장 후반 12분 선발 골키퍼 김용대 대신 유상훈을 투입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 역시 종료 1분을 남기고 박준혁을 빼고 ‘승부차기 전문 골키퍼’ 전상욱을 들여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종료 시간이 가까워져도 볼은 아웃되지 않았고 성남은 결국 골키퍼를 바꾸지 못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골키퍼 교체에 성공한 서울 선수들은 웃음을 지으며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자 ‘신의 한수’가 됐다. 박준혁은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와 세 번째 키커 몰리나의 슈팅을 막아냈다. 승부차기에서 성남은 4대 2로 승리를 거두고 FA컵 정상에 올랐다. 박준혁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는 경기 직후 교체되지 못한 전상욱에게 속성과외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상욱은 ‘오스마르가 공에서 가까이 서면 오른쪽으로, 멀리 서면 왼쪽으로 찰 것’이라고 귀뜸했다. 박준혁은 그대로 따라 오스마르 슈팅을 쳐냈다.

박준혁 활약으로 성남은 3년 만에 FA컵 정상을 탈환했다. 역대 FA컵에서 성남은 두 차례(1999·2011년) 우승과 세 차례 준우승(1997·2000·2009년)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2억원과 보너스로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냈다.

또 ‘시민구단’ 성남은 막강 자금력을 앞세운 ‘기업구단’을 꺾고 우승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시민구단이 FA컵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김 감독은 “우승은 다 좋지만 이번에는 남다르다”며 “시민구단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