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 기자의 직격인터뷰] 산악인 김홍빈 “히말라야 14좌 등정은 제 운명입니다”

입력 2014-11-24 02:14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잃었지만 7대륙 최고봉에 이어 8000m급 14개 등정에 도전 중인 김홍빈씨. 지난 9월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 중 9번째인 마나슬루(8163m) 등정에 성공했다.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 중 9번째, 멀쩡한 두 다리로 마나슬루(8163m) 정상에 섰다. "혼자서 가긴 어렵지만 내가 갈 수 없는 코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산악인 김홍빈(50)씨. 그는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잃었지만 7대륙 최고봉에 이어 8000m급 14개 등정에 도전 중이다.

생명까지 위협했던 산은 실의에 빠진 그를 일으켜 세웠다. 산에서는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행복했기에 사고 후에도 산에 가고 싶었다. 선후배들과 어울려 산에 갔고, 암벽 등반에 이어 장비를 개조해 빙벽 등반도 시작했다. 먼저 사고를 당한 산 선배로서 씩씩하게 살아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자 하는 생각도 들었다.

1997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다시 등반가가 됐다. 7대륙 최고봉 등정이란 목표 앞에서 모두 다 불가능하다 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12년이 걸렸지만 그는 해냈다. 지금은 아무도 그 앞에서 불가능이란 말을 내뱉지 않는다.

사실 손가락이 없는 탓에 어느 고봉이든 힘들지 않은 산은 없다. 모자를 쓰는 것도, 침낭 지퍼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등반에 대한 열정이 신체를 변화시켰다. 원래 열이 많았지만 자연스레 몸이 고산에 적응됐다. 머리카락을 길러 머리 보온을 하고, 침낭도 이불처럼 덮고 잔다.

“등반 중에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죠. 자꾸 남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옆 사람도 힘들어요. 하강이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개조한 장비를 이용해 등반만큼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이 어렵지 등반은 제가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만 하면 정상인들보다 먼저 정상에 오르니까요.”

김 대장은 이번 마나슬루 등정을 뒷동산에라도 다녀온 듯 쉽게 말했지만 실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2번이나 실패했던 것. 이번에는 날씨 변수를 줄이고자 새벽에 등반하고 베이스캠프와 정상사이 설치하는 캠프 숫자도 줄여 속공 등반을 한 덕에 등정에 성공했다.

“14개봉 등정은 손가락을 잃기 전부터 저의 꿈이었습니다. 다시 고산으로 갈 수 있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마무리를 지어야지요. 경비 문제가 제일 크기도 하지만, 1년에 하나씩만 오를 생각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니 정상에 섭디다.”

김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