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비자는 “필립스 핸드블렌더에서 갈색물이 보이고 녹슨 쇠 냄새가 나서 확인해보니 녹물이 나왔습니다. 제가 아기한테 몇 달간 녹물을 먹인 겁니다. 음식을 만드는 기계를 이렇게 만들 수가 있나요?”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요즘 멀쩡하던 아기 피부가 오돌토돌 막 올라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필립스 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한 소비자는 “필립스 측이 내부에 조금씩 쌓인 음식물로 인해 녹처럼 갈색의 물이 나오는데 이를 보고 소비자들이 녹이라고 오해한다. 세척 후 건조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필립스 측의 주장을 올린 뒤 “필립스의 주장대로 수차례 세척·건조 후 사용했더니 이번에는 ‘끼이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까만 물과 내부의 녹슨 부품이 떨어져 나왔다”며 “아이를 키우는 다른 맘들을 위해서라도 추후 처리 문제를 계속 포스팅 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앞서 녹물에 화가 난 한 구매자는 직접 제품을 분해한 사진을 올리며 “필립스 핸드블렌더는 세척 후 물기가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 내부가 완벽하게 건조될 수 없는 구조”라며 필립스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수년 전부터 필립스 핸드블렌더에 대한 수십 건의 항의성 글이 올라와 있다.
핸드블렌더는 많은 주부들이 아기 이유식 조리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녹물 발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필립스의 다른 제품인 ‘이유식마스터기’에서도 녹물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항의가 이어지고 있어 명확한 설명과 함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처럼 음식을 조리하는 제품에서 녹물이 발생한 자체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필립스 측의 대응 방식이다. 필립스는 유사한 녹물 사례가 수년 전부터 발생했음에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응 없이 소비자의 ‘세척 부주의’ 탓으로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나마 수년 전에는 ‘음식물 찌꺼기’, ‘내부의 식물성 윤활유’ 등이 원인으로 부식 문제는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완전건조 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부식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또한 문제는 필립스의 A/S 진행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어떤 소비자에게는 유상으로 부품을 교체할 것을 권유한 반면, 일부 소비자에게는 현금 또는 새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등 주먹구구식 서비스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쟁업체 한 관계자는 “수년간 동일한 녹물 현상이 발생됐다면 소비자의 관리 부주의로만 여길 일이 아니라 제품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필립스는 지난 달 소비자원으로부터 자사의 믹서기(블렌더) 제품 부식 문제로 ‘리콜’ 권고를 받기도 했다. 유사 제품(핸드블렌더)에 대한 결함 유무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핸드블렌더의 부식은 세척 후 완전건조 보관하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 핸드블랜더의 올바른 세척 및 관리방법 안내를 강화하고 사용설명서도 추가 보완하겠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진환 쿠키뉴스 기자 goldenbat@kukimedia.co.kr
필립스 핸드블렌더 ‘녹물 뚝뚝’… 수년 항의에도 “사용 부주의 탓” 되풀이
입력 2014-11-2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