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층간소음의 계절’… 위층에 ‘복수’용품도 등장

입력 2014-11-24 02:42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12층에 사는 재수생 A양(19)은 지난 9월부터 지독한 층간소음에 시달렸다. 오후 10시만 되면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참다못한 어머니가 윗집에 찾아가 “수험생이 있으니 조용히 해 달라”고 말했지만 며칠뿐이었다. 수능을 코앞에 둔 지난달 중순 A양은 ‘복수’를 감행했다.

12만원을 들여 인터넷에서 스피커(사진)를 샀다. 벽에 부착하는 월스피커의 일종인데 천장에 부착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윗집에서 쿵쾅거릴 때마다 헤비메탈 등 요란한 음악을 틀었다. 그 소리는 천장 스피커를 타고 고스란히 윗집으로 올라갔다. 이후 윗집과는 ‘살벌한’ 사이가 됐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험한 말이 오갔지만 A양은 23일 “이사하지 않는 한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스피커는 ‘층간소음 종결자’란 광고문구와 함께 올가을 인터넷 쇼핑몰에 등장했다. 5W 출력에 묵직한 중저음을 최대화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크게 틀면 윗집에선 쿵쿵 울릴 정도다.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3년 동안 참았는데 속이 뻥 뚫린다’ ‘층간소음 따지러 윗집에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다’ 같은 사용후기가 올라온다.

창문을 닫고 지내는 ‘층간소음의 계절’ 겨울이 찾아왔다. 층간소음에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이미 파인 이웃 간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이런 복수용 제품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아파트 거주자의 54%는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툰 경험이 있고, 그런 민원의 37%는 실내 활동이 많은 동절기에 집중됐다.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아랫집’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찾아가 따지는 ‘항의형’, 경비실이나 경찰에 알리는 ‘신고형’, 귀마개나 수면제를 사용하는 ‘인내형’, 스피커를 천장에 달거나 막대기로 천장을 때려대는 ‘복수형’ 등이다.

경기도 성남의 연립주택에 사는 직장인 황모(28)씨는 지난여름부터 윗집 아이들이 뛰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경비실을 통해 항의도 했지만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급기야 황씨는 베란다의 에어컨 실외기로 복수를 했다. 새벽에도, 늦가을에도 에어컨을 틀어 소음을 내자 서로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 황씨는 “이웃 간에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수는 없지 않느냐”며 “겨울이라 소음이 더 크게 울릴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은 층간소음을 강하게 처벌하는데 우리도 처벌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아파트 입주자 모임에서도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