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판이 바뀌면서 현지 대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보다 유리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업망, 협력업체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시장 급변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의 변화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기업의 고충은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중국에 있는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올 초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 중 과반(51%)이 ‘중국 사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중국을 가장 좋은 투자국이라고 답한 이들도 2012년 33%에서 올해 21%로 줄었고, 인수·합병(M&A) 의사가 있는 기업도 지난해 41%에서 올해 15%로 급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설문에 참여한 미국 기업의 41%가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올해 중국 투자를 전혀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변한 기업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27%에 달했다. 이들은 중국 투자를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중국 경제 둔화, 노동비용 상승, 불확실한 정책 환경, 시장 진입장벽 등을 꼽았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시장 환경 변화나 소비자 수요 변화를 정확히 빨리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예민한 현지 감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기업 중국 사업의 교과서’로 칭찬받았던 프록터앤드갬블(P&G)마저 중국에서 두 손 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외국기업 중에서 역할모델을 찾는 것은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업 영역을 특정 부문에만 집중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문도 했다. 시장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이것저것 다 챙기려다가는 돈만 낭비하기 십상이라는 것. 이 연구위원은 “외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며 “하나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월드 이슈] 중국내 외국기업 생존법… 현지인 채용땐 시장·수요 변화 빠른 예측 도움
입력 2014-12-02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