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원어민 교사가 되고 싶나요? 안타깝지만 흑인이나 아일랜드인이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흑인이 단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의 교사 채용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해외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한 아일랜드 여성이 ‘아일랜드인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는 황당한 편견의 벽에 막혀 우리나라 영어학원 교사 채용에 지원했다가 퇴짜를 맞은 사실이 전해져 비난을 샀죠. 잇단 인종차별 논란으로 국내외 인터넷이 시끌시끌합니다.
알자지라 더스트림은 최근 오클라호마 출신 션 존스(30)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의 한 학원 교사 채용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채용 중개인은 존스에게 “미안하지만 그쪽에서 사실상 백인 교사를 원한다”고 문자를 통해 알렸습니다. 며칠 뒤 그는 다른 채용 과정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받고 거절당했습니다. 존스는 2년 이상의 강사 경력과 외국어 영어 교육 자격증 테플(TEFL)을 가지고 있는데도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면접조차 보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한 겁니다.
학원 관계자는 존스에게 피부색과 무관하게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 낯선 외국인을 겁내기 때문에 일부 지원자들을 종종 탈락시키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답니다.
앞서 2주 전에는 아일랜드 여성 케이티가 국내 학원교사 채용에서 황당한 사유로 거절을 당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케이티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교사로 일하려고 중개업체에 구직신청을 했지만 아일랜드의 음주문화에 대한 편견 탓에 채용에서 탈락했는데요. 이메일에서 고용주는 “죄송하지만 구인을 의뢰한 고객이 아일랜드 음주문화를 이유로 당신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래에 행운을 빈다”고 했습니다.
우리 음주문화도 만만치 않은 수준입니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15세 이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알코올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1인당 평균 9.16ℓ로 나타났습니다. 20도짜리 소주 한 병으로 계산해 보면 1년 동안 15세 이상 한국인 한 명이 127병을 마십니다. 이 때문에 국내 네티즌들은 “음주문화 하면 우리나라인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존스와 케이티의 사례를 접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겪은 차별을 토로했습니다.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아프리카 친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아시아에서 흔한 일” “한국 사람들이 아일랜드인들보다 훨씬 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나”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음주문화나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채용 거절을 당한다면 어떨까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아일랜드인들은 죄다 술주정뱅이? 망신 자초하는 인종차별도 갖가지
입력 2014-11-24 03:29 수정 2014-11-24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