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 학부과정’ vs 인도 ‘기초과학 단기코스’

입력 2014-11-24 02:22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90만명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 유학생들의 각기 다른 유학 패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4명이 중국 또는 인도 출신일 만큼 이들 국가는 미국 유학계의 ‘G2’(2대 강국)이다. 2013학년도(2013년 9월∼2014년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27만4000명으로 2012학년보다 17%나 증가했다. 같은 시기 인도에서 온 유학생은 전년보다 6% 증가한 10만2000명이었다. 그러나 미국 유학생 사회에서 양대 축을 차지하는 이들 두 나라 학생들의 유학 패턴은 생김새만큼이나 현격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국 학생들은 주로 비즈니스와 관련된 4년제 학부 과정으로 유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인도 학생들은 대부분 수학, 과학 등 기초과학 및 기술과 관련된 2년제 대학원 코스를 밟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교육협회(IIE)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의 40%가 학부 진학을 한 반면, 인도 유학생은 12%만이 학부에 진학했다. 또 인도 학생들의 80%가 과학기술 분야로 진학한 반면, 중국인 유학생은 42%만이 이 분야로 진학했다. 특히 중국 학생의 경우 28%가 비즈니스를 전공으로 선택했으나 인도 학생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만 이를 택했다.

이런 격차의 원인은 결국 ‘경제력’에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인도 출신의 교육 컨설턴트 아킬 다스와니는 “미국 학부 과정은 인도에서는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라며 “대부분의 인도 학생들은 4년간 25만 달러(2억7750만원)를 쏟아 부을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인도 학생들이 저비용으로 고소득직 취업이 가능한 기술 관련 대학원 코스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돈 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미국 대학들의 중국에서의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2010년까지 줄곧 가장 많은 신입생을 미국 대학에 보내던 인도가 그 지위를 중국에 넘겨준 것과도 무관치 않다. ‘차이나 머니’의 강세로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지난 5년 새 약 3배나 급증했다.

중국 출신 ‘학위 사냥꾼(degree hunter)’이 급증하면서 자금난을 겪어온 미국 대학들이 웃고 있다. IIE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유학생들은 미국에서 80억 달러(8조8800억원), 인도 유학생들은 33억 달러(3조6630억원)를 학비로 썼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