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여성과 노인이 인구구조상 ‘주류’가 되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가계가 가장의 은퇴 이후 삶이 막막해지듯이 이런 인구구조의 대변혁은 빚만 늘어가고 있는 나라 재정을 더욱 암울하게 할 전망이다.
◇2015년은 ‘여초(女超)시대’ 원년=23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내년 여성인구는 2531만명으로 남성인구(2530만명)보다 1만명 정도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한국에서 남녀 인구의 역전은 196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여아 100명이 태어날 때 남아는 105명이 태어났다.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인원을 나타내는 출생성비는 2000년대 이전에는 110을 웃돌았다. 2007년 이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치(103∼107) 범위에 들어왔지만 아직도 남아가 여아보다 5% 정도 더 태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는 것은 남녀의 수명 차이다. 현재 여성의 기대수명은 85세로 남성보다 7년 더 길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태어나는 것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 인구구조에 영향을 크게 미치면서 여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 내년 기준 전체 인구의 13.9%를 차지하는 유소년(0∼14세) 인구구조에서 남아가 여아보다 20만명가량 많은 반면 전체의 13.2%인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여성이 남성보다 111만명이나 많다.
◇우울한 대한민국 미래상=7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 데 든든한 뒷받침이 된 것은 풍부한 노동력이었다. 신발, 섬유 등 가공무역에서 중동 건설현장 파견까지 노동자들은 지식노동보다는 육제노동으로 자수성가했고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그런 시대가 다시 올지는 갈수록 불분명해져 간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생산가능인구 중 주요 경제활동인구로 볼 수 있는 25∼49세 인구수는 줄고 있다. 2010년 2043만명이던 25∼49세 인구는 지난해 1978만명으로 2000만명대가 붕괴됐다.
2017년에는 전체 인구에서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이 14.0%로 고령사회가 된다.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 진입 17년 만이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인구 20% 이상)가 된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복지지출 증가, 성장률 하락,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저출산·고령화로 올해 3.6%로 예상되는 실질 성장률이 2060년에는 0.8%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면서 세금과 연금 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고령자에게 줘야 할 연금이 늘어나 국가 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올해 37.0%에서 점차 증가해 2060년에는 168.9%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2015년부터 ‘女超시대’
입력 2014-11-24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