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직 자기희생 없이는 공무원연금 개혁 어렵다

입력 2014-11-24 02:50
박근혜 대통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 의중에 따라 ‘연내 완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노조의 저항에 동조하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야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2월 중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권에서 연내 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연일 ‘역사적 책임’ 운운하며 여론몰이를 한다고 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고위층의 자기 희생적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 연금 개혁은 ‘주머니 속 돈’을 빼앗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해와 동참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적으로 소득과 재산이 많은 고위층이 더 큰 것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공무원노조를 구성하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연금 개혁에 동참키로 선언한 것은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언 그 자체만으로는 공무원노조를 설득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아픔을 함께해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차관급 이상 정무직의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퇴직하면 다른 중요한 자리에 옮겨갈 수 있는 고위 공직자들은 연봉 액수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공무원연금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세비와 연금에서 손해 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여야는 내년도 세비 동결을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동결이 아니라 삭감하는 게 옳다. 전직 국회의원이 받는 연금도 선도적으로 삭감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노조는 “국회의원은 1년만 하면 월 120만원 받는데 하위직 공무원은 30년 해도 200만원밖에 못 받는다”고 억울해한다. 일리 있는 불만 표시다. 의정활동을 1년 한 사람과 20년 한 사람이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전체 액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게 맞다. 직업공무원 출신 국회의원이 세비와 별도로 공무원연금을 받는 제도도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임원들의 연봉 삭감 선언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공기업 임원 연봉은 지나치게 높아 중하위직 공무원과 일반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당과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의 배경을 생각하면 수억원,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들이 상징적으로라도 연봉 삭감 선언에 동참해주면 좋겠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후손들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이기에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