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신경분리에 따라 주요 경제사업을 지주회사로 이관해야 하는 시점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관련 제도 개선 준비가 미흡해 현행법을 대거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 이에 따라 농협 경제지주 사업 일부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를 두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키(key)’를 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정적이어서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판매·유통사업을 내년 2월까지 농협경제지주로 이관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지주가 중앙회와 달리 비영리 생산자단체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탓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농협에 따르면 중앙회가 수행하고 있는 생활물자·자재 등 계통구매·판매사업과 농·축협 자금 지원, 농축산물 수급조절 등의 사업이 공정법상 불공정거래로 간주될 수 있다. 농협은 이 경우 농협경제지주에 최대 7000억원가량의 과징금이 부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안덕수 새누리당 의원은 농협경제지주 및 자회사 사업 중 구매·판매사업, 자금지원 등에 대해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 적용을 배제토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당 법 개정에 얼굴을 찌푸린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3일 “특정 기관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예외로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필요하다면 유권해석을 통해 공정거래법에 적용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때문에 경제사업 분리가 안 되는 사태는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지만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의 반대가 분명한 상태에서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농해수위에서 통과해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회가 자기자본을 초과해서 출자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 현행법도 내년 이관 전에 개정돼야 하는 사항이다. 농협은 이미 2012년 신경분리 과정에서 자기 자본금 한도를 초과했다. 내년 경제사업 이관을 위한 자회사 설립 시 물적분할 자격도 인정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순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농해수위가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사실상 마비되면서 지금껏 낮잠을 자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기획] 경제사업 분리 ‘3개월 앞’… 농협, 과징금 폭탄 피할까
입력 2014-11-24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