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시작… 이근면, 친정인 삼성식 ‘열린 채용’

입력 2014-11-24 02:33

이근면(사진) 인사혁신처장의 실험이 시작됐다. 삼성 출신 민간 인사전문가에서 공직사회 인사혁신 책임자로 변신한 이 처장은 맨 먼저 퇴직 공무원의 민간기업 재취업 심사에 메스를 댔다. 민간 전문가 출신이 이를 심사하게 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23일 국·과장급 3개 직위를 포함한 모두 10개 직위를 민간에 개방해 관련 분야 전문가를 선발키로 하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개방되는 직위는 국장급 1개(인재정보기획관)와 과장급 2개(취업심사과장·인재정보담당관), 4급 이하 7개다.

가장 눈에 띄는 직책은 취업심사과장 자리다. 바로 퇴직 공무원의 민간기업 재취업 여부 심사를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재취업 심사 자체를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는 특단의 대책을 뽑아든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민간 출신의 기용으로 ‘봐주기식 심사’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장급인 인재정보기획관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공직후보자를 발굴해 정무직인 장·차관 임용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민간 출신이 더욱 다양한 관점과 기준으로 인재풀을 만들어 능력 있고 참신한 공직 후보자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이 처장은 “사실상 공석인 국·과장급 직위를 모두 민간에 개방해 공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민간인 충원이 필요한 직위를 계속 발굴해 인사혁신처 인력의 30%를 외부와 경쟁하는 직위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처장은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 19일 “관피아 문제의 해결, 합리적 대안 이런 것들에 대해 좀 더 검토돼야 할 것 같다”고 했었다.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未生·케이블방송의 인기 드라마)에 비유하면서 “여러분이 이 신입사원을 잘 지도해 미생하지 않고 훌륭한 사원으로 ‘완생(完生)’시켜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공직 인사를 책임진 수장이 직원들을 향해 몸을 낮추는 파격이었던 셈이다.

이 처장이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인사혁신 칼을 꺼내들면서 박근혜정부의 관피아 척결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