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만나교회, 평신도 대상 화재대피 훈련… 화재경보 울리자 3000여명 10분 만에 대피

입력 2014-11-24 02:06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 성도들이 23일 화재대피훈련이 시작되자 목회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예배당을 빠져나오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화재대피 훈련은 교회의 3부 예배가 끝난 오후 1시10분쯤 시작됐다. 예배당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아래에서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나온 게 신호탄이었다. 날카로운 화재경보음이 교회 본관 곳곳에서 울렸고 성도들은 목사와 전도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일사불란하게 예배당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3일 이 같은 훈련이 진행된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였다. 이 교회는 지난 7월 목회자와 직원 약 100명을 상대로 화재대피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처음으로 평신도까지 모두 참가한 가운데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의 교회 본관에 있던 사람은 약 3000명. 김병삼 목사는 훈련이 시작되기 직전 “영유아와 임산부부터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자. 연습이지만 실제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임해 달라”고 말했다. 성도들은 김 목사의 당부대로 침착하게 훈련에 동참했다.

훈련이 진행된 교회 복도와 계단 곳곳엔 ‘화재발생 시 대피 방향’이라는 문구와 함께 화살표가 그려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대피 장소인 교회 주차장에 내려오니 소방차 1대와 구급차 1대,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다. 목회자와 성도 전원이 건물을 ‘탈출’하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만나교회가 평신도 대상 화재대피 훈련을 한 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교회 성도 한 명은 지난달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 목사는 “환풍구 참사는 만나교회 성도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을 안겨줬다”며 “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성도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화재대피 훈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3부 예배가 시작되기 직전엔 화재 시 대응 방법과 심폐소생술 등을 알려주는 동영상도 상영했다.

한편 별관에 있던 유치부와 초등부 어린이 약 300명도 화재대피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을 상대로 한 훈련은 낮 12시30분쯤 미리 진행됐다. 아이들은 교회학교 전도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별관 뒤편 잔디밭으로 이동했다.

잔디밭에 모인 아이들은 분당소방서 야탑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이 진행하는 소방안전 교육을 받았다. 어린이들은 소화기 사용법과 화재 시 건물 탈출 요령 등을 배웠다. 정현 야탑119안전센터 팀장은 “이번 교육이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남=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