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케냐로 월경해 버스를 납치한 뒤 기독교인들만 골라서 28명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23일 “무장세력이 아프리카에서 종교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알샤바브의 무장요원들이 22일(현지시간) 오전 5시30분쯤 소말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케냐 북부 만데라로 들어와 60명이 탄 버스를 납치했다. 이후 이들은 승객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일일이 코란의 구절을 암송해보라고 요구하면서 무슬림과 기독교인을 가려냈다. 이후 28명의 기독교인이 암송에 실패하자 이들은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알샤바브 요원들은 죽음을 면하게 된 일부 소말리아인 승객들이 기독교인 승객을 같이 살려달라고 간청하자 이들까지 죽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냐 대통령 고문인 압디카디르 무하메드는 BBC와 인터뷰에서 “무장세력이 케냐에서 무슬림과 비무슬림 간 종교 갈등을 유발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냐의 주요 종교 구성은 기독교인 45%, 가톨릭 33%, 이슬람교 10% 등이다.
알샤바브 측은 이번 사건이 최근 케냐 경찰이 지방도시인 몸바사의 이슬람사원을 급습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냐 경찰은 지난 17일 알샤바브와의 관련이 의심되는 이슬람사원 2곳을 급습해 250명을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 1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케냐는 2011년 10월 알샤바브 소탕을 위해 소말리아 남부를 침공했으며 이후에도 아프리카연합(AU)의 일원으로 소말리아에 파병을 한 상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알샤바브는 지속적으로 케냐를 공격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나이로비에 위치한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을 습격, 나흘 동안 인질극을 벌이며 70여명을 숨지게 했다. 알샤바브는 당시에도 인질들에게 이슬람교 신앙고백을 암송하도록 요구한 뒤 이를 하지 못한 기독교인들만 골라서 처형한 바 있다.
테러 사건 등이 점증하자 동아프리카 10개국은 이날 에티오피아 아마다 지역에서 ‘아프리카 연합군(African Standby Force)’을 출범시켰다. 연합군에는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수단 르완다 우간다 부룬디 코모로 지부티 세이셸 등이 참여하며 병력은 5200명으로 구성된다. 연합군은 무장 테러단체 대응, 불법 마약거래 단속, 지역 폭동 진압, 종족 갈등 대처, 평화 유지 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버스 납치… 코란 암송 못하는 기독인만 골라 살해
입력 2014-11-24 02:25